지구를 위협하는 괴질의 원인은 인간?

2 years ago by in Thought
권복기| (주)롤링스토리 대표

아흔까지 건강하게 사시다 돌아가신 외조부님은 세상에 망조가 들었다고 자주 한탄하셨다. 외조부께서 드신 근거 가운데 하나는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병의 창궐’이었다. 물론 의학이 발달하면서 예전에 이런저런 증세로 통칭되던 질병이 세분화되어 이름이 붙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는 것이 아토피, ADHD, 파킨슨 등 이미 익숙해진 질병은 물론이고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베체트병, 선천성 조로증 등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질병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병을 앓는 이들의 숫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인간을 위협하는 병원균도 다양해졌다. 최근 나라를 뒤흔든 메르스부터, 사스, 에볼라, 조류독감 등.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 바이러스는 병을 고치러 찾아간 병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질병의 다양성 확대와 확산은 인간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나나 곰팡이로 알려진 ‘푸사륨 옥시스포룸’(Fusarium oxysporum)은 바나나 마름병을 초래해 인류의 사랑을 받는 바나나를 멸종시킬 수도 있다고 일부 학자들은 우려한다. 커피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헤밀레이아 바스타트릭스라는 곰팡이가 일으키는 ‘커피녹병’이 커피 농장을 휩쓸고 있다.

벌집군집붕괴현상(CDC)은 식물의 수정을 매개하던 벌이 사라지게 되는 것으로 농업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살충제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인류 대다수는 그 심각성을 외면한다. 일찍이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떤 학자는 지구 온난화로 시베리아의 동토인 툰드라 지역의 땅이 녹기 시작하면서 수백만 년 동안 가사상태에 있는 세균이 대기 중으로 퍼져 나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인간의 몸은 오랜 시간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했다. 우리 몸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침입자’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경험적으로 축적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 몸이 경험해 보지 못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은 맥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질병이 괴질일 것이다.

괴질의 원인은 무엇일까?

오늘날 인류를 위협하는 괴질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 인간이 저질러 온 일을 보면 능히 짐작할 수는 있다. 인간은 수억 년의 세월을 거치며 조화와 균형을 이뤄온 지구 생태계에 혼란을 주는 일을 ‘겁 없이’ 해 왔기 때문이다.

인간은 식량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화학비료를 만들었고, 자연이 협업해 키운 작물을 혼자만 먹고살겠다고 살충제를 만들어 박테리아, 곤충, 조류 등 수많은 생명을 죽였다. 진화라는 개념을 믿는다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것들이다. 노아가 자신의 방주에 그렇게 많은 종류의 생명을 실은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태계에 존재하는 동식물 가운데 일부가 멸종해 먹이 사슬이 끊어졌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한다. 많은 학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인간은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인간은 수백만 년 진화의 결과물인 생명체마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자연을 거스르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단작으로 인해 식물이 병이 생기면 그를 미리 막기 위해 화학 약품을 쓴다. 마당에서 뛰놀아야 할 닭과 돼지 등 가금류를 좁은 우리 안에 가둬 키운다. 이른바 가축 공장이다. 동물의 생리와 맞지 않는 방식으로 키우니 병이 생기고, 이를 막기 위해 또다시 항생제를 쓴다. 그러다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창궐하면 ‘자식처럼’ 기르던 그 생명들을 치료하기는커녕 산 채로 땅에 파묻어 버린다. 사육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탐욕은 자연의 섭리까지 거스르고 있다. 값싼 사료로 손쉽게 소를 키우기 위해 채식 동물인 소에게 육식 사료를 먹인 결과 광우병이 발생했다. 이는 다시 인간에게도 자업자득의 영향을 미쳤다. 인간 광우병으로 알려진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이 그것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신의 영역에까지 도전

인간들은 심지어 신의 영역으로 여겨진 유전자에까지 손대고 있다. 유전자 조작 식물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가 그를 먹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까지 문제가 없다고 괜찮은 것은 아니다. 작은 문제라서, 혹은 그것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칠 때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서 지금까지는 우리 몸이나 자연 생태계가 버텨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대인의 병 가운데 상당수는 나쁜 음식, 잘못된 식습관이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원인을 고치려 하지 않고 결과만을 본다. 병이 생긴 원인을 바로잡는 일은 힘이 들고 ‘돈도 안 된다.’ 하지만 병이라는 결과물을 치료하는 일에는 부지런하다. 약과 치료법을 만드는 데 천문학적의 돈을 쓰고, 질병의 예방보다는 인간의 손상된 장부를 대신할 동물을 연구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은 산업, 즉 돈의 논리와 연결되어 있다.

병에는 원인이 되는 균이 있다. 병원균이라고 한다. 병원균은 약을 통해 죽일 수 있다. 하지만 몸 스스로도 병원균을 죽인다. 대표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몸살이다. 몸살의 증상은 여러 가지이지만 공통되는 점은 열이다. 열을 올려 균을 죽이는 것이다. 몸이 떨리는 것도 체온을 올리기 위한 방법이다.

지구도 지금 심각한 질병에 신음하고 있다. 몸이 아프면 열이 나듯, 지구의 ‘체온’은 날로 높아지는 중이다.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2015년 5월의 세계 평균 온도는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육지와 바다 표면의 온도는 20세기 평균에 비해 0.87도가 높았다고 한다. 이는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래 최고치다.

지구의 온도 상승은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지구의 온도 상승은 우리 몸이 몸 안의 병원균을 죽이기 위해 체온을 올리는 것처럼, 지구상의 ‘어떤 병원균’을 죽이기 위한 자구책은 아닐까?

과학계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이 인간 활동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기후변화학회(IPCC)는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95%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기온 상승과 함께 해마다 태풍의 위력도 강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허리케인의 위력이 세졌고, 토네이도의 발생 횟수가 늘고 강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지진의 빈도와 세기도 체감적으로 증가하는 것 같다. 이 모든 게 지구가 스스로 살려고 애쓰는 ‘몸살’의 징후가 아닐까? 그렇다면 지구의 ‘몸살’이 박멸하려는 병원균은 무엇일까?

지구의 ‘몸살’은 시작됐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지구촌을 명멸한 수많은 생명체는 자연스럽게 살다 자연스럽게 죽었다. 수백 년 동안 썩지 않는 쓰레기를 만들지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지구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새로운 종을 만들지도 않았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지구에 어떤 해도 끼치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자연의 순리대로 살다 죽었다. 지금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문제를 양산한 원인균은 인간밖에 없다. 지구촌에 창궐하는 괴질의 근본 원인 제공자도 인간일 가능성이 크다. 거듭나지 않으면 지구는 ‘몸살’을 통해 인간을 몰아내려 할 것이다. 아니 그 과정은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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