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그 후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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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법달 | 윤법달|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지난 5월 19일, 20일 양일간 동경의 UN대학에서 동일본 쓰나미 이후 지역에서 복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NGO, 지방정부, 중앙정부, 종교단체등 100여개 기관의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일본 쓰나미 이후 복구와 재건’이라는 주제의 컨퍼런스를 열었다. 2011년 이후 동경과 센다이를 오가며 4번째를 맞이하고 있는 모임이라고 한다. 재난 복구와 관련해 지속적인 활동과 네트워크가 이어지고 있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인도양 쓰나미, 미국 카트리나 허리케인, 중국 쓰촨성 지진 등 2000년 이후 재난 재해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그 증가율 역시 큰 폭 상승했다.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는 대재난은 더 이상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제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기존 대비 체제를 넘어서는 자연재해였고 최근 재난은 과거의 경험을 뛰어넘는 대형 재난으로 전개되는 양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은 15,520명 사망, 5000명 부상, 7,137 명 실종 및 125,000 채가 넘는 건물파손 등 대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대규모의 재난은 화재 및 건물붕괴 그리고 물위에 부유하는 기름 등 복합적인 피해를 일으킨다. 세계최대 재난 안전국이라 자부했던 일본조차 자연의 위력앞에는 어찌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동일본 대진진과 쓰나미를 비롯 한신대지진 등의 자연재해를 겪은 일본은 다신 한 번 대형 지진에 대한 전반적인 대비 체제가 미비했다는 자성 아래 재해대책기본법 개정 등 법정비가 이뤄졌고 초동대응 체제, 정보전달 시스템, 재해의료 체제 등이 강화됐다.

더불어 피해자생활재건지원제도가 창설됐으며, 기존 건물을 활용해 고령자나 장애인, 임산부, 병약자, 외국인 등 배려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의 대피처로 활용하는 ‘복지피난소’가 전국에 지정됐다. 이번 컨퍼런스에도 전국의 종교시설 30만여 곳을 긴급피난처로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소개가 있었는데 위치, 제공하는 구호물품, 규모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것이었다. 종교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돌아볼 수 있다.

또 신속한 소방 당국의 원조 체제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따라, 재해시 기초 지방자치단체인 시초손(市町村) 단위로 구성된 소방 조직을 광역 소방조직 차원에서 발 빠르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가 정비됐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이후 기존의 재해대책기본법에 근거해 법률을 정비하여 ‘동일본 대진재부흥기본법’을 2011년 6월 24일 제정해 부흥(복구)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다른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4년이 지났다. 궁금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지역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일본은 다시 일어서고 있는 것일까? 사회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컨퍼런스에서 지적된 것처럼 물적 피해는 시간이 경과하면 어느정도 회복이 되지만 개인의 심리 상태, 마을 공동체성 등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본과 심리적인 회복력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미야기현의 시민단체인 희망을 위한 바람 대표인 이시하라 씨는 발표에서 “재난 후 회복력은 친구들, 가족들, 친구의 친구 등 사회적인 네트워크 관계에서 나온다. 고베 지진을 겪은 마노와 미쿠라 두 마을의 사례를 보면, 시민활동이 활발했던 마노지역의 경우 빠른 재난 복구가 이뤄졌으나 그렇지 못한 미쿠라 지역의 경우 복구가 매우 늦었다. 두 사례를 바탕으로, 재난 복구는 물질적 자본보다 사회적 자본이 잘 갖추어졌을 때 그 복구력이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시민참여를 통한 지역 당국과의 접촉 기회를 늘려, 사회적 자본을 증가시키고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진행형인 동일본 대지진 회복 프로그램에 대한 조언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사회 자본의 취약함이 재난 대응의 취약함으로, 이는 다시 사회 자본의 축적을 저해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해서는 물질적 기반뿐 아니라, ‘마음의 습관’ 같은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고,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에서 사회를 개선하고 재건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정치적 자유와 사회 자본을 통한 참여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현실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절실하다.

한편 사회 자본의 구조적 차원에서 보면, 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은 심각한 소득 양극화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적 소득 편차는 사회의 정치적인 불안정, 사회 불안, 심지어 종교적 분쟁까지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재난에 대응할 때 효율적이고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정부의 서비스 지원이 가능하고, 자원봉사 단체의 활동 능력이 증대된다면, 재난재해에 대한 대비는 더욱 강력해지며, 재해 발생 시 작은 단체는 서로 다른 종류의 자원을 가지고 큰 단체와 어울려 값진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주목할 점은 한국의 민관 협력은 ‘수직적’ 민관 보충형 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형식적인 재난안전네트워크의 모임과 수동적인 민간조직 모델을 만든다. 자발성이 실종된 민관 협력의 구조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이에 반해, 미국 및 일본의 경우 수평적인 민관 협력모델을 가지고 있다. 수평적 민관 모델은 NGO가 그들 스스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자발적 기구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한국도 선진국의 모델을 참조하여 ‘민민-민관’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여, 자발적인 민간조직을 성장시켜야 한다.

2011년 6월 제정된 동일본 대진재부흥기본법은 부흥의 방향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첫째, 국민일반의 이해와 협력 하에 피해를 입은 시설을 원형으로 복구하는 것 등의 단순한 피해 복구에 그치지 않는 것, 둘째, 근본적인 대책 및 개개의 인간이 피해를 극복하도록 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특히 부흥 시책의 추진은 새로운 지역사회를 구축함과 동시에 21세기 중반 일본의 바람직한 모습을 목적으로 하여 행해질 것을 강조하고 있다.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공공단체의 적절한 역할 분담 및 상호 연계 협력과 전국 각지의 지방공공단체의 상호연계협력이 확보됨과 동시에 피해지역 주민의 의향이 존중되어야 하며, 여성, 어린이, 장애자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부흥시책의 추진 과정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인구의 감소, 국경을 초월한 사회경제 활동의 진전에 대한 대응, 식료문제, 전력, 그 밖의 에너지 이용의 제약, 환경에 대한 부하 및 지구온난화 문제 등의 인류 공통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선도적인 시책을 시도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현재의 재해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재난 관리 계획이 반영된 부흥시책이 추진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진, 그 밖의 천재지변에 의한 재해 방지의 효과가 크고, 모든 사람이 앞으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지역 만들기를 추진하기 위한 시책, 피해 지역에서의 고용기회의 창출과 지속 가능한 활력 있는 사회경제의 재생을 도모하기 위한 시책,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문화를 진흥하고 지역사회 연대감의 유지 및 강화를 도모하며, 공생사회의 실현에 도움이 되는 시책이 포함되도록 함으로써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 커뮤니티의 복원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물질적인 피해 복구를 넘어서는 내용이 기본방향에 제시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도 자연재해의 예외국가는 아니다. 언제든 우리도 일본 이상의 자연재해를 맞이할 수 있기에 일본의 사례를 공부하고 연구해 사전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종교계가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가진 것을 내어 놓고 마을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자본과 신뢰 만들기, 수평적 민관협력체계 구축 등에 심혈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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