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이론’을 만들고자 했던 스티븐 호킹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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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개벽신문 40호(2015년 2월)에 실린 글입니다.

 

김동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모든 것의 이론’을 만들고자 했던

스티븐 호킹 이야기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The Theory of Everything>

 

김동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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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다룬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 불과 개봉 열흘만에 상영이 마감되고 있다.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인터스텔라>가 블랙홀과 웜홀을 비롯하여 우주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면,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블랙홀과 빅뱅에 대해 보다 근원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영화다. 나는 이 영화를 두 번 보았고, 두 번째가 훨씬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대체로 호킹의 전기 내지는 러브 스토리로 인식하는 것이다.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 가운데 빠질 수 없는 중심축인 우주물리학의 세계를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영화 제목에서부터 연유한다. 제인의 책을 소재로 한 영화의 원래 제목은 <The Theory of Everything>이다. 이것을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하고 원래 제목은 작은 글씨로 표기해놓았다. 아마 원래 제목에 충실하게 <모든 것의 이론>이라고 했다면 아예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배급사의 고충을 이해한다고 할 때, 관객들은 ‘모든 것의 이론’이라는 원래 제목의 의도를 놓치지 않아야 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 시공간의 역사는 빅뱅에서 시작
영화에서 우주물리학이나 모든 것의 이론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호킹의 지난 생이나 러브 스토리를 날줄로 하여 모든 것의 이론이 씨줄로서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호킹의 전기나 멜러로 인식하면서 본다면 정작 중요한 알맹이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호킹이 제인과 나누는 대화의 많은 부분이 우주물리학이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호킹의 우주에 대한 관심과 제인의 신앙이 미세한 긴장을 유발하면서 둘 사이의 사랑은 무르익어간다. 이 인식의 간극은, 신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호킹의 빅뱅이론과 그것을 창조론의 증거로 받아들이고 싶은 제인 사이의 대화로 계속 이어진다. 이것은 인간의 원초적 관심영역이다. 근대 자연과학의 근원인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이 신화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이성의 사유로써 우주를 설명하려고 했던 경계에서 인류는 여전히 머물고 있는 것을 묘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호킹은 우주의 시공간에는 경계가 없다는 무경계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영화에서 지도교수인 버먼은 박사논문 주제로 고민하는 호킹에게 케임브리지 대학의 물리학 연구센터로 데리고 가 그곳에서 톰슨이 전자를 발견했으며, 러더포드가 원자를 쪼갰다는 사실을 일러 준다. 무언가 영감을 얻은 호킹은 칠판에 복잡한 수학 방정식을 푼다. 호킹이 런던으로 가 펜로즈 교수의 강연을 듣고 감명을 받는 장면도 소개된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펜로즈(Roger Penrose)는 별이 수명이 다하여 붕괴될 때 밀도와 시공간의 곡률이 무한대인 아주 작은 점으로 압축될 것이라는, 블랙홀의 중심에 해당하는 특이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호킹은 펜로즈의 주장을 바탕으로 빅뱅이라는 우주의 시작을 가정했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밀도와 시공간이 무한대인 특이점을 상정할 수 있고, 그 점이 폭발하면서 우주의 시공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하여 ‘시간’은 그의 박사논문의 주제가 되었으며, 나중에 『시간의 역사(The Brief History of Time)』라는 불후의 명저를 탄생시킨다.
이런 얘기는 박사논문 심사 장면을 포함하여 영화에서 주된 대사였다. 지도교수는 심사평에서 구멍투성이로 수학적 검증이 부족하지만 블랙홀에 대한 결론 부분은 아주 훌륭하고 뛰어난 이론이라며 박사학위 취득을 축하해 주었다. 여기서 호킹은 우주의 모든 것을 하나의 등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우아한 이론을 증명해 낼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것이 바로 이론물리학자들이 추구해 온 ‘모든 것의 이론’이자 이 영화의 원제인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할을 통합, 하나의 이론으로
‘모든 것의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여 하나의 이론으로, 우주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별과 행성들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에 대한 설명이고, 양자역학은 우주 만물을 이루는 물질인 입자들의 역학관계에 대한 설명이다. 이 20세기의 위대한 두 이론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이 이론이 실험적으로 검증될 수 없으며 타당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호킹의 한 강연으로 마무리된다. 여기서 호킹은 ‘모든 것의 이론’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호언은 잘못 짚었다고 시인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무신론자로서 삶의 철학을 묻는 질문에 호킹은, 1,000억개의 별이 있는 은하수의 작은 행성에 불과한 지구에 사는 영장류로서 문명 이후 보이지 않는 세계 질서를 탐구해 온 인류 이성의 궁극적 승리를 치하하면서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렇다. 우주에는 그런 은하수가 수천 억 개가 있다. 그런 우주의 법칙을 인간의 이성이 과학적으로 밝혀 내고 있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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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의 우주론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철학적 관심에서 출발했다. 그것은 생명의 근원, 시간의 본질, 우주의 시작은 있었는가와 같은 끊임없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으로 이어졌다. 루게릭병은 학문적 열정을 부채질했으며, 두 여성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꽃을 피웠던 것이다. 호킹은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지만 거부한다. 그는 반전반핵을 주장하는 진보적 평화주의자인 것이다. 이 영화는 그 모든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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