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전환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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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환을 말하다

전환은 개벽의 또 다른 말이다. 수없이 많은 개혁과 변화의 요구가 있어 왔지만, 충격적인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많은 이들이 변화를 넘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전환의 갈망이 생겨났다. 개벽신문 역시 전환을 갈망하고,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개벽신문이 전환을 키워드로 골라본 책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

– 시대의 건널목, 19세기 한국사의 재발견

김정인 저 / 152×225 / 408쪽 / 22,000원 / 책과함께 2015.08.15 발행

한국 민주주의의 탄생을 지켜보는 과정은 씁쓸함의 연속이다. 인권의 자각과 발전 과정을 돌아보다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 민주를 향한 투쟁의 역사들을 읽다가 살아온 몇 십 년이 지난 몇 백 년의 데자뷰라는 느낌 때문이다. 그건 달리 말해 민주주의가 싹터온 역사를 읽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다. 민주주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이 책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는 역사서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미국에 의해 이식된 제도라는 선입견 아래 민족주의적 시각이나 민중주의적 시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류의 역사 관점으로 올라서지 못했다. 저자는 민주주의야말로 보수와 진보, 좌익과 우익을 넘어선 절대 가치로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하고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맹아가 싹터온 과정을 민주주의의 시각에서 파헤친다. 민주주의를 인민·자치·정의·문명·도시·권리·독립이라는 7개 가치 개념으로 구분하여 민주주의가 형성과 발전의 영향을 끼친 사건들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자치 장과 정의 장에서 동학과 천도교에 주목하였다. 인간 평등을 기치로 청수일기의 간소화된 의식, 생활 도덕 운동의 교리적 요소 등 현실참여적 대안 공동체로서의 천도교를 재조명하고, 동학농민운동의 경제 정의 문제 제기와 정치·사회 정의 요구를 높이 평가하였다. 그 외에도 독립신문, 독립협회 등의 구체적인 사례들의 재해석을 통해 잊고 지내던 민주주의의 의미에 다시 물음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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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공황의 시대』

박승호 저 / 국판 / 248쪽 / 18,000원 / 한울아카데미 2015.07.24 발행

저자는 주류 경제학이 찾아내지 못한 세계의 정치·경제적 변화의 원인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의 시점으로 재구성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장기 불황 상태에 있는 세계 경제를 대공황의 시대로 규정한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1990년대 말부터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내재된 모순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1929년 대공황의 타개를 위해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났던 것과 마찬가지로 21세기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국적 자본과 제국주의가 침략 전쟁과 파시즘이라는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21세기 대공황은 2008년의 세계금융공황으로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1980년대 초에 수립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모순들이 극단화된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계급 빈곤화, 과잉생산, 금융 축적과 거품성장으로 이어졌고, IT업계와 주택 시장의 거품성장과 붕괴를 거쳐 나타난 결과이다. 그리고 그 돌파구로 찾은 것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제3세계에 대한 침략전쟁이었다. 저자는 더 이상의 자본주의적 대안은 없다고 선언하며 21세기 대공황의 결과로 제3세계 침략전쟁, 노동자 계급의 저항과 변혁적 진출의 확산, 그리고 전 세계의 장기 불황과 간헐적인 금융공황 등을 전망한다.
이 책은 주류 경제학에 가려져 있던 마르크스 경제학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모순을 진단하고, 21세기 대공황의 원인과 경과의 면밀한 분석과 전망을 말한다. 소용돌이치는 경제위기의 시대에 또 다른 시각을 갖추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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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 산촌자본주의, 가능한 대안인가 유토피아인가?

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 저 김영주 역 / 145×215 / 328쪽 / 15,000원
/ 동아시아 2015.07.29 발행

산촌자본주의? 예전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었던 휴면자산을 재이용, 경제재생과 공동체의 부활에 성공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라고 한다. 산촌자본주의는 언뜻 시골살이를 떠올릴 수 있지만, 과거의 자급자족의 농촌 생활로 돌려놓자거나 현재의 경제사회에 등을 돌리라는 것은 아니며 도시에서도 쉽게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도심 텃밭이나 도심 양봉도 옥상 공간이라는 유휴 자원을 활용한 산촌자본주의의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NHK에서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방영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돈 중심의 기존 자본주의의 대안 자본주의, 돈에 의존하지 않는 머니자본주의의 서브시스템이자 백업시스템으로서 산촌자본주의를 말하고 있다. 자본경제에서 디플레이션, 지역 간 경제 불균형, 취업난, 저출산, 에너지 고갈 등 현대 자본주의의 한계로 발생하는 문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목재 폐기물로 만든 연료 펠릿, 물물교환, 목재 고층 건축 등 이미 많은 곳에서 성공 사례를 보여준 바 있는 산촌자본주의의 실례들을 보여주며 새로운 생각의 전환을 요구한다. 그리고 산촌자본주의야말로 밝은 고령화사회를 만들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통해 자본주의 이후의 무엇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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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생활 좌파들』

– 세상을 변화시키는 낯선 질문들

목수정 저 / 신국판 / 280쪽 / 14,000원 / 생각정원 2015.07.31 발행

저자는 2004년부터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하다 2008년 2월 당이 쪼개진 후 파리로 돌아갔다. 어찌 보면 한국에서 쓰라린 좌파의 실패를 경험한 후 파리에서 목숨 바쳐 투쟁하지 않는 낯선 좌파를 만난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체화된 좌파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 ‘생활 좌파’라는 제목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 책은 15명의 생활 좌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조금은 삐딱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전한다.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순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거리예술가, “왜 복종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가, ”소비하지 않는 삶은 가능할까?”라고 묻는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 “왜 죽여야 하는가?”라고 묻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 등 이 책의 좌파들은 생활 밀접한 곳에서 의외의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다.
책 곳곳에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그들의 시선들도 투영되어 있다. 얼굴 없는 사진 작가 ‘아해(AHEA)’가 유병언임을 최초로 밝힌 독립언론 편집장 베르나르 아스크노프, 양심적 병역 거부로 프랑스 난민 자격을 획득한 최초의 한국인 이예다 등이 말하는 한국 사회와 한국 내에서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시선의 차이를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것,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에 반기를 드는 질문을 던져보자. 전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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