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릭스 가타리의 생태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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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가타리의 생태철학

신승철| 철학공방 별난 공동대표, 철학박사

 

1. 펠릭스 가타리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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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펠릭스 가타리(출처 위키백과)

피에르 펠릭스 가타리(Pierre-Félix Guattari, 1930~1992)는 1930년 4월 30일에 파리 북서부의 노동자 계급 지역인 비예뇌브-레-샤블롱에서 태어났다. 그는 소르본느에서의 학사학위조차도 포기하고 장 우리 박사와 함께 대안적인 정신의학을 실험하였던 보르드 병원의 설립과 운영을 함께했다.

그는 유럽을 히키하이크로 돌아다니다가 이스빠노 집단과 접속하였고, 68년 5월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3. 22운동을 주도했다. 68혁명 당시 실험적인 정신의학의 설립을 위해 라캉과 결별하고 들뢰즈를 만나 『앙띠 외디푸스』와 『천개의 고원』을 함께 썼다. 70년대 가타리는 독일녹색당의 도움으로 페드낭 우리와 함께 프랑스 녹색당 씨앗조직을 만들었다.

1980년 말 신자유주의가 시작되면서 운동이 위축되었던 ‘인동의 시대’라고 가타리가 규정한 시기에 그는 생태운동에 참여하여 전국적인 형태로 극좌파를 결집시켜 적록연대를 창출하려고 노력하였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1980년대 후반 가타리는 생태주의적 문제의식을 더 발전시켜 『카오스모제』와 『세 가지 생태학』을 집필하였다. 가타리는 <프랑스 녹색당>의 당원(이중가입)으로서 이론적·실천적 활동을 정열적으로 수행했으며, 1992년 3월에 실시된 프랑스 지방의회선거에서 생태파 후보 리스트의 끝에 들어가기도 했다. 1992년 8월 29일 보르드병원에서 가타리는 62살 나이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2.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철학의 핵심 테제

첫째,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뭇 생명의 입장에 서자 : 생명을 도구로 삼으면, 공동체 내부의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부지불식간에 차별하는 시선을 강화한다. 생명과의 보이지 않는 관계의 변화, 사랑의 시선으로 소수자를 바라보는 소수자 되기는 성장주의(성공주의/승리주의)의 해독제이다.

둘째, 불꽃을 일으키는 풀무는 바람의 여백이다 : 공동체적 관계망 속에서 관계성 창발(=주체성 생산)이 일어나며, 그 사이주체성을 욕망하는 기계로 설명하고 있다. 그, 너, 나가 아니라 우리 사이에서 생성되는 어느 누군가라는 흐름과 움직임에 주목해 보아야 한다.

셋째, 공동체는 대안적 자기생산을 해야 한다 : 우리가 먹거나 사용하는 많은 에너지는 뼈, 살, 간, 피부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이러한 자기생산의 활동은 공동체 내부의 움직임이며, 많은 대화와 활동의 결과는 바로 자신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넷째, 특이함이 생명네트워크를 프랙털운동으로 만든다 : 생태적 연결망과 같은 공동체적 관계망은 산술적 합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가지며, 더 나아가 부분의 변화가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특이성 생산이 가능하다. 특이성 생산은 연결되어 있는 공동체 관계망을 한꺼번에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다.

다섯째, 분자적 운동은 생명에너지의 흐름에 따른다 : 변이하고 이행하는 분자적 움직임과 하나의 모델에 집중하는 몰적 움직임이 동시에 만들어지는데, 운동이 모델, 모범, 틀에 가두어지지 않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갖기 위해서는 분자적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여섯째, 느림과 여백은 차이 속의 일관성을 형성한다 : 공동체가 효율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딴 소리를 하고, 회의시간에 중언부언 하듯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결론이 없는 듯이 얘기하는 것은 차이 속에서 일관성을 갖는 방법이다. 합리적 논쟁의 구도가 아니라 각기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비폭력 공감 대화 속에서 주체성 생산이 가능하다.

일곱째, 색다른 욕망은 사이 배치의 변이를 만들어낸다 : 생명에너지로서의 창조와 생성의 욕망은 자본주의적 욕망과 완전히 다르며, 아파트, 육식, 자동차, TV라는 통속적 삶과 다른 삶의 전망을 개척한다. 반자본주의를 폭력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배치를 바꾸는 윤리적이고 미학적인 주체성 생산으로 이해해야 한다.

여덟째, 분자혁명은 새로운 형태의 혁명이다 : 분자혁명은 생태계의 지도를 완전히 다른 식으로 그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혁명이다. 홀연히 나타난 소수자 집단이나 분자들이 새로운 차원을 개방할 때, 그 새로운 차원은 기존 생태계의 관계망을 허물고, 새롭고 대안적인 방식의 관계망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에콜로지적 혁명이 분자혁명이다.

아홉째, 구조보다 배치가 더 중요하다 : 언어로 확정되는 구조적 수준에서 변화가 아니라 비언어적 현실에서의 관계망, 상호작용, 흐름을 바꾸는 배치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라는 구조적 수준에서의 인식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삶이 어떻게 대안적인 배치로 실제 현실과 관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3.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철학의 핵심 요약

말년의 펠릭스 가타리 생태철학을 요약하는 책은 『세 가지 생태학』(1989)과 『카오스모제』(1992)이며, 그 핵심 주제는 주체성 생산이다. 특히 그는 ‘주체성 생산’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이 접촉하는 생태, 생활, 생명의 영역의 관계성 영역이 창발해 내는 색다른 잠재성에 주목하였다. 이는 근대의 책임 주체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동물, 식물, 광석, 미생물, 인간동물 간의 되기(=becoming)의 진행형적인 과정, 즉 상호작용, 흐름, 관계망을 주목하는 것이었다. 또한 ‘책상은 책상이다’, ‘이것은 내 것이다.’라는 방식으로 의미화된 자본주의의 고정관념을 넘어서 공동체 내부에서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공유자산, 생태적 지혜, 공통의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는’ 흐름으로서의 도표라고 규정한다. 이는 기표적인 자본주의의 고정관념을 넘어선 흐름으로서의 생명, 인간, 기계가 어우러진 공동체를 바라본 것이었다.

가타리는, 불변항이면서 영원성을 망상하는 ‘구조’가 아닌 유한하고 찢겨질 수 있고 망가질 수 있는 ‘배치’에 대해서 주목한다. 배치는 관계망, 상호작용, 흐름이 교차되는 영역으로서, 기계적 반복으로서의 배치와 집단적인 배치가 있다. 또한 가타리는 생명에너지가 분열에 의해서 창조 발화해 왔다는 입장을 통해서 ‘병리적 분열’도 정상적인 궤도의 의미 좌표를 흔들어 과학, 예술, 혁명의 ‘창조적 분열’로 이행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주목했다. 또한 가타리는 생태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망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가 생태계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작은 기계부품 간의 기능 연관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 사회에서 기계작동이 전혀 예상치 못한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질 경우에 비가역적이고 심원한 배치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가타리가 생각한 미래진행형적인 혁명이며, 가타리의 생태철학이 추구하는 분자혁명이다. 가타리는 혁명가가 없어도 혁명운동이 없어도 도처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혁명을 하자고 주저 없이 제안한다.

 

4. 국내에 소개된 펠릭스 가타리의 저작물들

펠릭스 가타리, 『분자혁명』, 윤수종 역 (서울 : 푸른 숲, 1998)
______, 『기계적 무의식』, 윤수종 역 (서울 : 푸른숲, 2003)
______, 『세 가지 생태학』, 윤수종 역 (서울 : 동문선, 2003)
______, 『욕망과 혁명』, 윤수종 역 (서울 : 문화과학사, 2004)
______, 『정신분석과 횡단성』, 윤수종 역 (서울 : 울력, 2004)
______, 『카오스모제』, 윤수종 역 (서울 : 동문선, 2003)
______, 『미시정치』, 윤수종 역 (서울 : 도서출판b, 2010)
______, 『자유의 새로운 공간』, 조정환 역 (서울 : 갈무리, 2007)
들뢰즈·가타리, 『천개의 고원』, 김재인 역 (서울 : 새물결, 2001)
______, 『철학이란 무엇인가』, 이정임·윤정임 역 (서울 : 현대미학사, 1995)
______, 『앙띠 오이디푸스』, 김재인 역 (서울 : 민음사, 2015)
______, 『소수집단의 문학을 위하여 : 카프카론』, 조한경 역 (서울 : 문학과지성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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