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과 삼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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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과 삼절운

심국보| 천도교 진주시교구

올해 여름도 막바지 더위다. 막바지에 더욱 기승이고 악착같다. 무덥고 갑갑하여 심심풀이 비결 풀이를 해본다. 요즘 무슨 주부니 하며 요리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그래서이기도 하고 여름이기도 하니 요리 재료로 닭이 빠질 수 없다. 닭 가운데서도 병아리를 네 토막 내는 요리, 이름하여 ‘병아리 계획’이란 게 있다. 지난 8월초 원전반대그룹이 한·미 군사훈련 사후보고서 관련 한국 정부 자료를 해킹하여 공개하였다. 병아리 계획이란 북한이 붕괴하면 북쪽을 러시아, 중국, 미국, 한국이 네 토막으로 분할 통치한다는 것이다.

 

‘병아리 계획’

중국의 제안이라는 이 자료에는 한반도 통일(?)시 한국은 평안남도와 황해도, 미국은 강원도, 중국은 함경남도와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러시아는 함경북도를 통제한다고 돼 있다. 사실 이 자료는 4~5년 전의 것으로, “미국이 한반도 통일을 지원하기보다 중국과 마찰을 최소화해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중국군이 남포~원산을 잇는 대동강 이북 지역을 점령하여 북한 전역의 치안을 유지하고 북한 주민들이 대량으로 한중 국경을 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중국이라는 ‘암탉’이 북한이라는 ‘병아리’를 품는 것이다. 암탉이 병아리를 독점하면 분란이 생기니 러시아나 미국, 한국에 조금 나누어 준다는 것이다.

중국이 평안도와 원산 쪽 동해 바닷가를 차지하고, 강원도는 미국 또는 일본이 점령하고, 함경도 쪽은 러시아, 황해도나 평안남도는 유엔이 관리한다는 미국의 또 다른 계획도 있었다. 북한을 병아리로 보고 네 토막 내는 작전은 사실 미국도 오래전부터 생각하던 것이었다. 북한으로서야 기분 상할 내용이지만 미군이 한반도 북쪽을 점령하는 것을 우려해 중국의 ‘병아리 계획’을 용인했을 수도 있다는 억측도 나돌았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를 점치는(!) 언론보도도 많다. 북한 붕괴의 조짐으로 김정은 정권의 잔악성을 예로 든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을 개에 물려 숨지게 했다거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고사포로 숙청되고 더불어 70여 명이 함께 총살됐다거나, 최근 최영건 북한내각 부총리가 총살처형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공포정치는 기강을 세우기 위해서이며 당에서는 장성택, 군에서는 현영철, 내각에서는 최영건을 시범 케이스로 숙청하였다고 추측한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오싹한 장면을 보는 듯하여 더위가 싹 가시는 소식이긴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또 아래와 같은 예언도 있다. 진짜 점쟁이라 할 만한 분들이 전하는 소식이다.

 

‘월악산 달 그림자’

“월악산 영봉(靈峰) 위로 달이 뜨고, 이 달빛이 물에 비치고 나면 30년쯤 후에 여자 임금이 나타난다. 여자 임금이 나오고 3~4년 있다가 통일이 된다.”

2015년 올해 초 신년 운세 관련한 예언이라 한다. 척 보니 알겠다. 여자 임금은 박근혜 대통령, 3~4년 있다가? 올해 아니면 내년에 통일이 된다!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지난해에 박대통령이 뜬금없이 ‘통일대박’을 주장했던 만큼 조금 관심이 가긴 간다. 이 예언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본다.

월악산은 충주와 제천에 걸쳐있는 꽤 높고 큰 산이다. 동학 관련하여서는 전봉준의 스승 또는 동학혁명 당시 강경파들의 지도자였던 서장옥이 최후로 활동하던 곳이기도 하다. 서장옥은 경자년(1900)에 모종의 사건으로 체포되어 사형되었지만, 구체적인 활동은 알려진 바 없다. 월악산 인근에 큰 강이나 호수가 없었다. 그런데 30년 전 충주호 댐 공사 뒤에 물이 없던 월악산 밑에 물이 생겼다. 지금은 월악산 꼭대기 영봉과 그 위에 뜨는 달이 제천 한수면 송계리 앞 강물 위에 환히 비친다. 산 그림자가 물에 비치고 여자 임금(대통령)도 나왔고 그리고 3~4년 후이니 올해이거나 내년에 통일이 된다?

‘월악산 달 그림자’는 앞서 언급한 ‘병아리 계획’을 도선비결이나 정감록에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이 역시 실제로는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 올해가 무슨 광복 70년이니, 분단 70년이라며 요란하지만 남북은 여전히 반목과 대립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4반세기 전 동·서독이 어느 날 갑자기 베를린 장막을 허물고 통일하였듯, 한반도에도 그런 변수가 있을 수 있을까. 없다. 통일의 기반을 쌓지 않았기 때문이다. 완전한 통일은 아니라도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서로 왕래하고 교류하는 그런 준비 없이 통일은 올 수 없다. 북한의 급변을 바라고 ‘통일대박’을 노릴 수는 있다. 그래봐야 전개될 양상은 병아리 계획 같은 것이니, 신라가 삼국 통일한 천년도 훨씬 이전으로 뒷걸음치는, 타임머신을 타고 천년의 세월을 거슬러 가는 그런 통일은 통일이랄 수도 없다.

 

무당 푸닥거리

위에서 언급한 ‘병아리 계획’이나 ‘월악산 달그림자’는 구체적 논거에 바탕한 제대로 된 예측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따위 무당 푸닥거리 식도 남북관계를 예측하는 데는 쓸모가 있고 남과 북은 상용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광복 70돌을 앞두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북한군은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표적지로 사용하여 사격 훈련을 하여 남한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을 부추긴다.

몇 해 전 우리도 ‘후(後)조선’의 김씨 3대 사진을 표적지로 하여 사격 훈련도 했으니 피장파장이다. ‘후조선’이란 표현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이기도 했던 다니엘 튜터가 북한이 보이는 세습왕조 형태의 봉건체제를 비꼬아 한 표현이다. 수 백 년 전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저주하여 사람 인형에 바늘을 꽂아 해코지하는 하는 짓거리를 남북은 유구한 전통인양 자랑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의 시다. 앞만 보거나 위만 쳐다보지 말고 되돌아보고 뒤돌아보자는 것이다. 남북분단 70년.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사실도 되돌아보면 다시 보이기도 한다. 남북분단은 왜놈들이 받아야 할 전쟁의 죗값을 우리 민족이 뒤집어 쓴 것으로 너무도 억울한 일이었다. 남북은 38선으로 분단되었고, 외세의 부추김에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한국전쟁을 치렀다. 수백만이 죽었다. 희생자로 치면 인류역사상 5대 전쟁으로도 손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서로간의 증오는 깊다. 전쟁을 부추긴 중·러와도 우리는 벌써 잘 지내고 있지만, 유독 같은 민족인 북한과는 여전히 ‘철천지 원수’다.

광복70년, 분단 70년을 맞아 한반도에서는 무당푸닥거리 같은 짓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전범국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차근차근 ‘전쟁가능한 나라’로 변모하고 있다. 아베는 일본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집단자위권과 관련한 안보법안, 즉 ‘전쟁을 가능케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 군대의 한국 주둔, 북한 공격이 실현될 가능성 많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병아리 계획’에서 미국의 역할을 일본이 대신할 가능성 높아지고 있다. 참으로 모질고 흉악한 운수다.

 

세 번째 끊김은 언제?

수운께서는 우리나라의 운세를 ‘삼절’로 표현하셨다.

우리나라는 목국을 상징하니 삼절의 수를 잃지 말아라
象吾國之木局 數不失於三絶

이 말씀에 대한 해월신사의 설명은 이렇다.

이 운은 동방에서 먼저 시작한 것이니 동방은 목운이라, 그러므로 서로 부딪치면 불이 날 것이니라… 우리 도는 삼절운에 창립하였으므로 나라와 백성이 다 이 삼절운을 면치 못하리라.

삼절, 이 땅의 운수가 세 번 끊어진다는 말씀이다. 이 운수는 모두 일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다. 수운께서는 욕설까지 동원하여 왜놈들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기험하다 기험하다 아국운수 기험하다 개같은 왜적놈아 너희신명 돌아보라.

일본군의 개입으로 동학혁명은 좌절된다. 수 십만 명의 동학군은 왜놈들의 신식 무기 앞에 죽어갔다. 그리하여 조선은 사실상의 일본 식민지가 되었다. 1910년 일본의 강제 합병은 형식적이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첫 번째 끊어짐이다. 왜놈들이 한반도에서 물러나자 한국전쟁과 70년을 이어지는 분단! 두 번째 끊김이다. 세 번째 끊김이 있다면 동학혁명 때보다도, 한국전쟁 때보다도 더 큰 희생이 따를지 모른다. 그래서다. 세 번의 끊김을 수운 선생의 희생, 이필제의 난, 동학혁명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세 번째 끊김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분단의식이다.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며 저주하는 마음이다. 벌어진 남북의 사이를 더욱 넓히며 저주를 증폭시키고, 분단을 악용하여 이득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다. 세 번째 끊김은 벌써 와 있다.

시인 김남주의 표현을 빌리자면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대 가슴에도 있다.’ 삼절의 운은 서로의 마음이 같아진다면 자연히 극복된다. 하나 되고자 하는 마음이면 분단은 벌써 극복되었을 것이다. 수운께서는 남북분단의 상황을 영안으로 환히 보신 듯 안타까워하셨다.

사람의 마음이 같지 않음을 애석하게 생각하노라
愛人心之不同

수운께서는 삼절의 운을 언급하시며 해결책도 당연히 제시하셨다.

닦아서 필법을 이루니 그 이치가 한 마음에 있도다
修而成於筆法 其理在於一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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