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인디언 정화의례 참관기(개벽신문 44호)

3 years ago by in Ground

제주도 인디언 정화의례 참관기

– 인디언 움막,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새로 태어나다!

임소현| 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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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에 제주도로 내려가다

지난 4월 16일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필 4월 16일이라니….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추모의 행사를 올리는 날, 제주도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니, 제주도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자위하였다.
모임 장소는 제주도 조이빌리조트. 바람의 땅 제주도답게 머리카락 휘날리는 바람과 함께 노랑, 보라 유채꽃들이 하늘거리며 반겼다. 큼직한 동백과 이국적인 나무들, 알록달록한 꽃들이 함께 살랑거렸다.
저녁을 먹고 상견례를 위해 홀에 모인 사람들은 50명 남짓. 이번 행사는 반아선생님이 소장으로 있는 <생명모성연구소>가 주관하고 <삶의예술문화연구원>과 토종씨앗살리기 마을지킴이단체 <가배울>이 주최했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 우리는 모두 세월호에 희생된 영혼들을 위해,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 뒤에 인디언 정화의례를 주관하러 온 미국 인디언 모나 폴라카(Monna Polacca)와 오스틴(Austin)과 만나 악수도 나누고 가벼운 포옹도 하였다.
모나 폴라카는 세계를 대표하는 위대한 13명의 할머니(13 Great Grandmothers)중 한 명이고, 오스틴은 모나를 도와 움막을 짓기 위해 온 추장님이다. 인디언들은 모계를 중시하여 자기소개를 할 때 어머니 부족의 이름을 먼저 명시한다.
모나는 어머니쪽은 호피족과 하바수파이족출신이고, 아버지는 호피족과 테와족 출신이며 결국 자신은 호피, 하바수파이, 테와 족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이 소개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강조하였다. 모나의 어머니는 자신에게 “너는 우리 부족 중 가장 멀리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 예언대로 그렇게 됐고, 자신은 “엄마가 말씀하신대로 사는 게 좋다.”라고 하며 해맑게 웃었다. 오스틴 역시 이 자리에 함께 오게 된 것이 기쁘며, 뉴욕에서 왔고 자신은 사막의 부족 출신이라 하였다.
행사를 주관한 반아선생님은 행사 취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오랫동안 어머니와의 관계를 치유하고 개선하는 일이 나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것이었다. 어머니와 내가 대등한 관계인 도반으로서 서로 호를 부르고, 존댓말을 쓰며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를 이루기 위해 힘든 노력들을 기울여 왔다. 내가 했던 이 과정들을 책으로 쓰고 있고 곧 출간 예정이다. 내가 해왔던 일들은 엄마와의 관계를 존재 대 존재로 바꾸는 것이었고, 이것은 곧 원주민 영성이기도 해서 인디언들은 이미 그렇게 살아왔음을 알게 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수많은 인디언들이 몰살당했고, 소수의 인디언들이 살아남았는데, 그들은 엄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아 할머니들이 전달한 지혜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원주민들의 지혜, 영성이 생명모성이다. 생명을 살리는 모성, 생명 그 자체를 살아온 그들의 가슴 쿵쾅거리는 이야기를 그들로부터 듣고 새로운 현실을 함께 창조하고자 이런 모임을 개최하게 되었다. 오는 5월 24일 개최될 <Women Cross DMZ>행사도 같은 정신 아래, 다 같은 맥락에서 개최되는 것이다.”

인디언 영성가, 모나 폴라카

인디언 영성가, 모나 폴라카

그리고 모인 사람들의 소개와 인사말들이 이어졌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던데, 거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한 번씩 만났거나, 전생에서라도 만났을 것처럼 낯이 익었다.
“여신영성을 추구하고 있는데, 저 멀리 천상위에 있는 신이 아니라 여기 땅에 내려온 신을 체험하고 싶어 여기 왔다.”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여기에 오게 됐다. 마침 시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던 때라서 이곳에 올 수 있을지 미지수였는데 어머님을 잘 보내드리고 이곳에 올 수 있었다. 세상 모든 어머니에게 감사드린다.”
“나는 황해도 평안도 이북 굿을 주관하는 무당이다. 사실 옛날엔 마을마다 대동굿을 했는데 이제 그런 의식은 다 사라졌다. 인디언 정화의례를 보고 뭔가 참고해서 우리 것으로 만들고싶다. 또 제주도 앞바다에서 여기 오려다 수장된 어린 영혼들의 한을 푸는 의식을 해주고 이곳을 떠나고 싶다.”
“내 안에 인디언소녀가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할머니 만나고 싶어 여기 왔다.”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남성으로서,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어머니와의 관계를 바로잡고 싶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 내 안을 정화하고 싶다.”
“한살림 운동을 하면서 우리가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연결된 존재임을 알고, 우리의 온전함을 찾아야 진정한 생명 운동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아들과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들을 정화의식을 통해 극복하고 싶다.”
“‘당신의 한을 내려놓으십시오. 당신은 생명, 진리, 사랑입니다.’ 이런 나눔을 받고 싶다. 초심으로 돌아가 첫 자리로 돌아갈 때 첫 정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여기 오기 전 하와이를 여행했다. 와이키키 해변의 맑고 푸른 바다 색깔을 보며 생명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부터 계속 저절로 춤이 추어진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아이들 생명 그대로 키워줘야겠다, 란 생각을 했다. 고달픈 엄마들에 대한 위로의 춤을 추고 싶다. 1년 동안 내내 아파 누워있었는데 이제 다시 깨어난 기분이다.”
“30년 전 나는 미친 한국여자였다. 미국에서 온갖 약을 다하고 되는대로 살다가 정신차려보니 최저생계보호자가 되었더라.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해서 잘사는 방법, 페미니즘, 여성영성을 공부하고 있다. 미국에서 박사논문을 쓸 때 담배를 끊기 위해 움막 정화의례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의례에 참가한 이후 줄담배를 끊게 되었고, 박사 논문을 쓸 수 있었다.”

갖가지 선물들과 신성한 네 가지 기본요소들로 꾸며진 제단

갖가지 선물들과 신성한 네 가지 기본요소들로 꾸며진 제단

움막을 짓기 위해 기초 작업을 하는 여성들

움막을 짓기 위해 기초 작업을 하는 여성들

물, 공기, 불, 땅-삶에서 분리될 수 없는 신성한 4가지 기초요소

다음날 아침 일찍 운동장에 나가 체조를 하였다. 오랫동안 수행을 해온 법화님이 시범을 보이고 온 몸을 푸는 여러 가지 동작을 가르쳤다. 신선한 공기와 햇살을 받으며 체조를 하니 몸과 마음이 가뿐해진 느낌이었다.
오전에 모나 폴라카의 강연이 있었다. 큰 방안에는 모나와 오스틴을 위한 선물들, 그리고 모나에게 축복을 받기 원하는 물건들이 제단처럼 꾸며졌고 우리는 모나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모나는 천천히 그러면서도 힘 있게, 핵심을 간결하게 말했다.
‘One heart, spirit, body, mind’를 이야기하고 싶군요. 원으로 앉을 때 우리는 이런 경험을 합니다. 우리는 모두 이런 방식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어제 서로 악수를 나눴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는 호혜성의 정신을 배운 것입니다. 한 손을 내밀고 한 손을 받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호혜성의 정신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어제는 역사이고, 오늘은 선물이고, 내일은 미스터리입니다.(Yesterday is history. Today is present, Tomorrow is mystery.) 이 아름다운 제단에 많은 선물들이 있습니다만, 바로 이 선물이 바로 현재성인 동시에 우리를 앞으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 제단에는 그런 본질적인 아름다움들이 있습니다.
먼저 물이 있습니다. 신성한 어머니 물입니다. 우리는 어머니 자궁 안에서, 물 안에서 있습니다. 우리는 일 년의 3/4을 물 안에 있다가 세상에 나올 때도 물이 먼저 나옵니다 우리는 그 물을 따라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죠.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그리고 막 태어나면서부터 물을 쓰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물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다음 우리는 세상에 나와 처음 크게 숨을 쉽니다. 숨이 폐로 들어가고 첫 소리를 냅니다. 생애 처음의 소리가 울음인 것이죠. 그것이 첫 생명의 숨이고, 우리는 계속 숨을 쉬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행복하게도 공기를 통해 살고 있습니다. 공기는 생명의 두 번째 기초(foundation)이죠.
세 번째는 불입니다. 그것은 ‘아버지 불, 할아버지 불(Father Sun, Grandfather Sun)’입니다. 우리 호피족에선 그 의례에 대해서 배웁니다. 아기가 태어나고 21일이 될 때까지 아기를 잘 덮어 놉니다. 태어난 지 21일이 되는 날, 가족이 모여 음식을 준비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들 친척들이 모여 선물을 준비합니다. 아기의 엄마에겐 숄을 선물로 주고 정성껏 치장을 해줍니다. 그리고 여자들이 비로소 아기를 목욕시킵니다. 특별한 약초비누로요. 아기를 씻기고 잘 말린 후 아기가 성인이 될 때 털이 나는 곳에 옥수수 파우더를 발라줍니다. 그리고 아기 몸을 잘 마사지해 줍니다. 옥수수 한 개는 ‘콘마더(Corn mother)’라고 하여 아기가 평생 지니도록 줍니다. 그런 다음 아기에게 새 옷을 갈아입히고 잘 싸서 아기와 엄마를 바깥으로 데려가 태양이 뜨는 동쪽 방향에 앉힙니다. 그리고 생에서 받을 수 있는 좋은 축복들을 받게 합니다. 기도하면서 아기 얼굴을 쌌던 담요를 벗기고 첫 햇살이 아기 얼굴에 닿도록 합니다. 그렇게 해서 생명의 빛을 받고, 가이드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사방의 신령님을 부릅니다. 대지의 어머니, 달님과 별님, 온 우주의 존재들을 다 불러들여 아기를 축복해달라고 기도를 올립니다. 아기가 태어나 자라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그리고 언제든 고향에 돌아올 때까지, 인생을 돌아보는 매 순간 행복을 느끼게 해달라고요.
그렇게 해서 우리는 자라나고 발전합니다. 아기는 누워 있거나, 구를 때 땅에 닿게 되고, 곧 척추를 사용해 앉게 됩니다. 네 번째 기초는 바로 땅입니다. 아기가 첫 발을 떼어 땅을 딛게 될 때, 아기도 우리도 모두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기가 홀로 서서 균형을 맞추는 것, 어머니 대지와 균형을 맞추는 것이 첫걸음마인 셈이죠. 그리고 아기는 어머니 대지를 매일 걷게 됩니다. 이제 비로소 네 가지 기초를 다 갖추고 살게 되어 이제까지 물, 공기, 불, 땅과 더불어 살고 있습니다. 이 멋진 제단 안에는 4가지 기초 요소가 다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를 안내하는 마음의 빛, 영(Spirit)을 믿습니다. 직관을 믿습니다. 갖가지 돌과 크리스털, 깃털은 신성한 존재와 연결시키는 매개체들입니다.

생명과 지구 환경을 위해 나선 13명의 원로 할머니들

오후엔 넓은 풀밭 운동장에서 불을 피우고 약초를 태워 그 연기를 쏘이게 하며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정화의례가 열렸다. 큰 원으로 둥글게 서서, 가운데 불 옆에 있던 오스틴 추장이 한 명, 한 명에게 정화의식을 거행하였다. 각자 소원을 빌고 오스틴 추장이 깃털로 몸을 털 때 나쁜 기운이 나간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아버지 태양과 불의 기운으로 크고 건강한 기운이 내 안에 들어오길 기원했다.
저녁을 먹고 나선 모나 폴라카가 가장 젊은 할머니로 나오는 다큐멘터리 영화 <For the Next Seven Generation>을 관람하였다.
모나에게 왜 다음 7세대냐고 물었더니, 원로 할머니들은 다음 7세대 후손까지 바라보고 이 지구와 생명들을 걱정하고 돌본다고 하였다. 13명의 원로 할머니들은 미국, 멕시코, 브라질, 네팔, 티베트, 아프리카, 알래스카 등에 살면서 원주민의 영성과 지혜를 전해주는 큰 어른들이다. 그들은 어머니 지구가 파괴되고, 자연이 오염되어 생명이 살아갈 수 없게 되는 지금의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하고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하여 2004년 10월 국제협의회를 결성하였다. 이들은 원주민들이 대대로 이어온 기도와 영성 전통을 살려 후손들을 키우고 지혜를 전수하여 평화로운 대지와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일 년에 두 번씩 모임을 가져왔다.
이들이 처음 어떻게 모임을 갖게 되었을까? 13인의 원로할머니들의 모임은 이미 오래전에 꿈, 예언 등을 통해 조상들이 예견했던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각 할머니들은 선조들의 꿈대로 13개의 깃털과 13개의 돌을 준비해서 만나게 되었다. 왜 이 시점에서 만나게 되었냐고? 그만큼 생태, 환경, 인권이 파괴되어 할머니들이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들은 좀 더 큰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바티칸 교황에 편지하고 교황청을 방문하였으나, 저지당하고 쫓겨났다. 15세기 교황은 유럽 국가들이 원주민을 정복해도 좋다고 하였다. 원주민들은 야만인이고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이제라도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아직도 그런 꿈은 요원한 걸까? 할머니들은 교황청 앞에서 경찰들의 제지를 당하고 만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네팔에서 달라이라마와는 만날 수 있었다. 더욱이 모나는 네팔의 난민 학교에서 부모와 헤어져 홀로 학교생활을 하는 한 티베트 소녀와 진심어린 할머니 손녀 관계를 맺는 추억을  만들었다. “민족이 다르고 언어가 다를지라도 커넥션이 이루어질 수 있지요. 더욱이 잊지 못할 관계가 있는데 그 소녀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나는 내가 살아온 경험을 이 어린 소녀와 나누고 싶었고 소녀는 할머니의 사랑과 지혜를 절실히 원하고 있었는데 우리 둘 다 소망을 이루었어요.” 모나의 말이다.
“우리 할머니끼리도 그런 커넥션을 느껴요. 누가 아프다던가 하면 꿈을 꾸거나 예감이 있어요. 그런 때 서로 연락을 하고 안부를 묻곤 합니다 올 7월엔 가봉으로 13번째 할머니 집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제껏 그랬듯이 사는 곳을 방문하여 함께 기도하고 축복하며 손자손녀들도 만나 지혜를 나눌 것입니다.”

비바람을 뚫고 대나무 가지로 구조를 만드는 모습

비바람을 뚫고 대나무 가지로 구조를 만드는 모습

모나와 오스틴과 함께한 불의 정화의례

모나와 오스틴과 함께한 불의 정화의례

인디언움막은 우리의 찜질방 같은 곳이지만 성스런 치유의 장소

5월 18일,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움막 짓기와 움막 안에서의 정화의식이 이루어졌다.
오전에 버드나무 가지(우리는 대나무로 대체)로 단단히 엮어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담요를 덮어 여러 명이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움막을 건설하였다. 아침부터 비람이 몰아치는데도 상관하지 않고 모두 열심이었다. 자원해서 나선 몇 명이 팔을 걷어 부치고 땅을 파고 구조물을 만들고 빈틈없이 담요와 비닐을 덮어 비가 새지 않도록 하였다 움막 안 가운데를 파서 달궈진 돌들을 놓을 수 있게 하고, 마지막으로 동쪽 방향에 드나들 문을 만들었다. 이 움막을 완성하는 동안 다른 많은 참가자들은 모두 자리를 뜨지 않고 서클댄스를 추었다. 성스런 움막을 짓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을 보호하는 가디언들 같았다.
움막 바깥 한편에서는 움막 가운데 파진 구덩이에 집어넣을 태양을 상징하는 ‘할아버지 돌’을 벌겋게 되도록 장작불을 피웠다. 큰 돌들을 시뻘겋게 달구느라 몇 시간 동안이나 장작불을 때야 했다. 드디어 오후가 되고 참가자들이 움막 안에 들어가 달구어진 돌 주변에 옹기종기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네 차례 40개가 들어오는 ‘할아버지 돌’에 물을 뿌려 나오는 증기와 열기 속에서 주례자가 먼저 기도하고 참가자들이 이어 모두 동시에 혹은 돌아가며 기도를 올렸다. 또 엽초 담배를 돌아가며 한 모금씩 피웠다.
이 날 움막 두 개를 만들어 오스틴 쪽은 완경기 여성이, 모나 쪽은 완경기가 아닌 여성이 들어갔다. 모나와 오스틴이 양 움막 안에서 제의를 베풀었는데, 주재자가 남성인 경우, 생리중인 여성을 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나와 오스틴은 달구어진 돌에 물과 함께 새이지(sage), 스윗그래스(sweet grass)와 같은 허브들을 뿌렸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오리지널 아로마테라피라고 하며 환하게 웃었다.
모나는 말했다. “움막 안에 들어갈 때 우리는 어머니 자궁 안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움막 안에 구멍이 있고 거기엔 달구어진 돌이 있는데 거기가 바로 지구의 중심이고 심장인 것이죠. 움막은 달, 여성이고, 달구어진 돌은 태양, 남성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움막 안에서 땅과 태양, 달, 물, 공기 이런 우주의 본질적인 것들과 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할머니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조상들과 연결되어 하나가 됩니다. 우리는 움막 안에서 기도하며 우주와 조상과 온 존재가 하나가 되며 정화가 됩니다.”
움막 안은 용광로처럼 더웠고 모두 땀으로 흠뻑 젖었다. 바깥은 계속 비가 내리고 옷도 흙투성이가 되었지만 정신은 맑아지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 날은 다들 녹초가 되어서 곯아 떨어졌다.
이윽고 이번 행사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돌문화 공원을 방문하는 행사를 끝으로 헤어지기로 되어 있었다. 돌문화 공원으로 떠나기 전 모여 신성한 작은 옥수수를 하나 높이 쳐들고 느낀 점을 한마디씩 하였다.
“불의 정화의식 때 오스틴과 모나가 어울려 서로 공존하는 에너지가 남달랐다. 문득 어머니  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생각났다. 두 분 인디언 노래 할 때 깊은 슬픔을 느꼈다.”
“‘나’라는 존재가 나, 너, 우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제까지 머리로만 이해하다가 가슴으로 내려온 것을 느꼈다.”
“정화의식을 하며 내 안의 슬픔을 많이 씻어내고 나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용서했다. 긍정적인 기운을 많이 받고 이번엔 내가 상처 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용서를 구했다.”
“인디언 아이의 일생에서 아기를 옥수수 껍질로 마사지한다는 대목에서 느낀 것은 그 아이의 슬픔이 엄마의 슬픔이고, 그 할머니의 슬픔이고, 그 모든 슬픔이이란 걸 알게 됐다. 그게 큰 수확이다.”
‘정화의례를 할 때 내가 도로 아기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땀이 나면서 몸이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태양빛으로 세수하며 나 자신 봄나무가 된 기분을 느낀다.“
“땅을 마사지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동안 허리가 아플 때마다 오랫동안 누워 지냈다. 마음의 눈을 뜨고 보니 그것은 히스토리(history)였다. 이제 마이스토리(my story)를 쓰고 싶다. 땅을 딛고 춤추고 땅을 마사지하며 살고 싶다. 되살아난 나의 생명력에 감사한다.”
“머릿속으로 상상하지 못한 걸림들을 처음으로 꺼냈다. 모나가 담뱃잎을 조금 손에 주었는데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다 끄집어내어 담뱃잎과 함께 불 속에 넣으니 나의 걸림들도 다 불과 함께 사라진 것 같다.”
“모나님이 인디언 이야기하면서 4가지 물질이 태어날 때부터 항상 우리와 함께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어처구니없는 죽음과 부정적인 에너지를 모두 정화하고 싶었다.”
“의례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소수 탐욕에 의해 많은 걸 희생당했다. 우리가 해야 하고 복원해야할 일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여신영성, 지구와 땅의 신성함에 대해 알게 되었다. 머리로 이해되었던 것을 두 분을 통해 몸으로 직접 알게 되었다.”
“여기 온 것이 마치 친근한 할머니 집에 놀러온 기분이다. 여기에서 의례를 체험하니 우리 제주도에도 많은 제례가 있고 굿도 많은데 그런 것들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모나의 말이 가슴에 여운으로 남는다.
“우리 자신이 답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굉장히 먼 조상들에 대한 답이 바로 당신입니다. 창조자여! 나의 미래를 축복하소서. 나의 블러드 라인-할아버지 할머니 조상들에서부터 내 앞의 자손들까지, 아니 내가 볼 수 없는 먼 미래의 후손들까지 모두 축복하소서. 그들이 우리고 여러분들입니다. 물과 공기, 불과 흙, 모든 것들이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고, 태피스트리처럼 우리의 경험과 관계가 얽혀있습니다.

이 글은 개벽신문 44호(2015.06.01)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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