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평화운동에 나서야한다!

3 years ago by in 개벽뉴스

## 이 글은 개벽신문 45호(2015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

여성들이 평화운동에 나서야한다!

– 국제여성평화걷기·국제여성평화대회 참가기

고은광순| 한의사·여성동학다큐소설 작가
매춘부가 돈을 못 벌게 되니 미군철수를 반대한다던 포주들

대학생 때의 일이니 거의 40년 전의 일이다. 미군철수가 이슈가 되었을 때 동두천 의정부쪽 사람들의 미군철수 반대 이유가 인상적이었다. ‘미군이 철수하면 미군에게 몸을 파는 매춘여성들 수입이 없어지니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평화나 정의가 아니라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사반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순진한 나에게 분명히 알려준 최초의 사건이었다. 

‘저들의 속셈은…’을 반복하던 해설가, 알고 보니 중앙정보부 요원

그 후 십여 년이 지난 1990년대 초, 꼬마들을 놀이터에 내 보내고 TV를 켜 놓은 채 걸레질을 하고 있던 나는 TV 앞에 다가앉을 수밖에 없었다. 해설자의 소리가 귀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TV는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치고 다시 북으로 돌아가는 것을 중계하고 있었다. 도로변에는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그들을 환송하고 있었다. 가슴 벅찬 광경이다. 그런데 남북문제 전문가라며 해설자로 나온 사람은 ‘저들의 속셈은···’이라는 발언을 평균 10초 만에 한 번씩 반복하면서 모처럼 만의 남북관계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고 있었다.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 이.동.복. (나중에 알게 된 사실에 의하면 그는 1973년부터 1978년까지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했고 1979년 박정희 사후에는 삼성그룹에서 7년을 근무했다. 그리고 다시 노태우 임기(1988~1993) 때 안기부장특보로 일했으니 남북문제 전문가라며 TV에 해설자로 나왔을 때가 바로 그때였다.)

TV 해설자로 나와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던 그는 1992년 9월 북에서 열린 8차 남북고위급회담에 남쪽 대표단 대변인으로 참가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대통령훈령조작사건을 벌였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임기말이었는데 남북 이산가족고향방문단 사업의 정례화 등 대단히 적극적인 남북소통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대표단의 대변인인 이동복은 원본을 파기하고 서류를 조작하면서까지 자신의 목표대로 남북관계를 냉각시켰던 것이다. 감사원은 그의 조작사실을 입증해냈고 그는 1993년 11월 해임되었다. 김영삼 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냈던 한완상은 강경 수구 세력이 자기 목적을 위해 얼마나 대담하게 불법과 편법을 자유로이 활용하는지 놀랐다는 회고 글을 신문에 쓴 바 있다. 이동복의 대통령 훈령조작사건은 남북긴장관계 조성을 통해 다음 대선에 보수정권을 탄생시키려는 의도로 벌어진 일이었다는 것이다. 

운 좋게 감옥행을 피한 이동복은 2005년, 노무현 정부를 좌파정부라 매도하며 국가보안법수호대회,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 발기인대회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민족통일 원칙을 밝힌 6·15공동선언문 폐기를 주장하고 김정일 방한 무산, 북미 수교 무산의 공을 자랑했다. 그와 함께한 동료들은 부동산투기, 호화별장구입, 부정축재, 군납비리, 비자금 조성, 뇌물방조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거나 자리에서 쫓겨난 김재순, 정내혁, 이상훈, 이종구, 이양호, 안무혁, 금진호등 유신정권이나 5공 6공의 고위급 인물들이었다. 

Women Cross DMZ 행사 당시 파주통일동산에 모인 동학언니들. 왼쪽 네 번째(흰 모자)가 필자.

분단 마피아들을 경계하자

2015년 5월 24일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메어리드 맥과이어, 리마 보위 등 여성 30여 명이 북에서 판문점을 통과해 남쪽으로 내려오려는 국제여성평화걷기(Women Cross DMZ)행사가 있었다. 나는 대한민국 역사상 여성들이 주도하는 최고의 행사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 무렵 지인이 그 행사를 방해하는 기사라며 메일을 보내주었다. 기사를 쓴 사람은 이동복. 그의 주장은 WCD 행사를 주도하고 있는 재미동포들 중에 친북좌익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 행사를 불허하고 그자들의 입국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지인이 자기에게 메일로 전해주었다는 내용은 미국에서 종북 성향의 누가 누구와 친하고, 누가 누구에게 후원금을 주었고, 누가 어떤 행사에 참여했으며,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따위였다. 좌우 구분 없이 친교가 가능한 미국 교포사회에서 대체 어떤 미국인이 특정 한국인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나 무슨 발언을 하는지 그다지도 소상히 꿰고 있다는 말인가? 미국의 정보기관 자료가 아닐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혹은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는 자들을 후원하고 있는 미국의 어떤 기관 소속일까? 

최근에는 다른 보수매체(군대에서 전역한 여성이 대표)에서 이동복의 기사를 거의 복사하다시피 비슷한 주장을 했고 그 내용을 다시 조선일보가 기사화하기도 했다(항의가 빗발치자 기사는 사라졌다). 그들은 김기종이 미국대사를 피격한 자리에 참석했던 다수를 테러 배후 세력이라고 고발하기도 했다. 그들의 행동에는 한완상 전 장관의 말대로 남북의 분단을 고착화하기 위해 상대의 강경책을 자극함으로써 남쪽의 강경 세력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묻어 있다. ‘분단 마피아’들이다. 분단으로 이익을 보는 자들. 수입 감소를 걱정해서 미군철수를 반대하는 포주들과 그들의 본질은 똑같다. 

이제 깨인 여성들이 나서서 평화운동을 할 때

지난 5월 25일 국제여성평화회의에서 발표자로 나선 기지촌 여성 김숙자씨는 미군을 상대했던 매춘여성들이 현재 대단히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증언했다. 늙고 병든 그녀들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지만 주한미군기지 확장으로 쪽방의 월세조차 내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미군은 늙어 가는 그녀들을 책임지지 않는다. 

분단 70년. 분단으로 인한 상처와 고통이 너무 크다. 해결의 기미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우방국이라면 우리 민족의 상처가 치유되도록, 같은 민족이 서로에게 겨누던 총부리를 걷어내게 도와야 하지 않을까? 미국은 그 반대로 행동해 왔다. 미국이 통일의 디딤돌이 되었다면 70년간 이토록 골이 깊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무기회사는 이익금의 상당액(10%)을 한국에서 취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매년 평균 800억 원을, 쓰지도 못하는 무기, 써서는 안 될 무기 구입에 퍼붓는다. 최근 미국은 평화헌법을 팽개친 일본을 부추겨 군사동맹을 맺었다. 이후 일본은 미국에서 한 달 사이에 5조 원어치 무기를 구입하기로 계약했다. 자국의 무기를 사면 원조도 해 준단다. 신무기로 120년 전 동학군 대량 살육한 이래 1945년까지 아시아에서 2천만 명을 죽였던 그들이다.  

아이들 급식비 확보로 정부와 싸워야 하는 앵그리 맘. 언제라도 우리 아들이 전쟁터로 끌려가 같은 민족과 싸우다 희생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에 떠는 어머니들. 이제는 여성, 어머니들이 평화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때다. 내게 1인 시위 항목이 추가되었다. 여성들, 어머니들의 평화운동과 미군철수 운동은 아마도 국내외의 분단 마피아, 무기 마피아들이 가장 두려워할 위력적인 시위가 되지 않을까? 여성 독자 여러분들의 동참을 바란다.

‘양쪽 군사 모두 어머니 자식!’ ‘무기 없는 세상, 어머니 손으로!’ ‘분단으로 이익을 보는 모든 활동에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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