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죽음을 묻는 다른 자리의 모색 – 『생과 사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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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개벽신문 42호(2015년 4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생명과 죽음을 묻는 다른 자리의 모색



– 『생과 사의 인문학』


 


이창익| 한림대학교 생사학연구소 HK연구교수


 


 


죽음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하고 있는 인문학 책



근래 들어 한국 사회에서 죽음에 대한 학문적 담론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죽음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하고 있는 책 자체가 많지 않다. 일반 독자층이 읽을 만한 책은 여전히 외국 저자가 쓴 몇 권의 번역서뿐이다.



일례로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가 누린 인기는 ‘죽음의 인문학’이 들려줄 이야기를 청취하고자 하는 국내의 독자층이 두텁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전에도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 앞의 인간』과 『죽음의 역사』, 그리고 노베르트 엘리아스의 『죽어가는 자의 고독』 같은 책이 많은 인기를 누렸다. 현대의 일상 공간에서 이미 사라진 죽음을 어떻게 다시 복원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많은 죽음 연구자의 주요 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죽음에 대한 연구들은 몇 가지 제한된 주제 안을 빙빙 맴돌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림대 생사학연구소는 국내외의 다양한 죽음 연구 성과를 체계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타나토스 총서를 기획하였으며, 최근에 제1권인 『생과 사의 인문학』(모시는사람들, 2015년 1월 31일)을 출간했다. 국내에서 죽음학 관련 총서가 기획된 적은 여러 번 있다. 그러나 타나토스 총서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죽음문화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죽음문화를 체계적으로 성찰하고, 한국사회에서 죽음의 의미가 역사적, 문화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현재 한국사회의 현안이 되고 있는 다양한 죽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또한 한림대 생사학연구소는 2004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전국 유일의 죽음 문제 연구소로 우리 사회 삶과 죽음의 질 향상 및 자살예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2012년 9월부터 ‘한국적 생사학 정립과 자살예방 지역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연구과제로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타나토스 총서는 한림대 생사학연구소의 연구 성과뿐만 아니라 국내외 여러 학문 분야에서 산출되는 죽음 및 자살예방 관련 연구물을 출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리고 현재 철학, 종교학, 문학, 민속학, 역사학, 사회학, 심리학 등을 전공한 다양한 연구자가 참여하여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융복합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전공 분야의 연구자가 참여하여 총서를 기획하고 출판하는 일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죽음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부딪히는 첫 번째 난관은 관련 서적의 절대적인 부족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서적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지나치게 지엽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거나, 아니면 특정한 종교적, 이념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생과 사의 인문학』은 다양한 학문 분야의 학자들이 생명과 죽음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자 했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죽음의 문제와 연관된 근본적인 기본 개념들을 대부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문화, 역사마다 서로 다른 생명 개념, 죽음 개념



이 책은 ‘삶의 인문학’과 ‘죽음의 인문학’의 총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삶의 인문학’은 생명의 문제와 관련하여 생명 윤리, 생명 개념, 생명관, 재해, 자살, 웃음 같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안락사 및 존엄사, 보편적인 생명 개념이 낳는 인지적 환영, 역사를 관통하는 다양한 생명관, 현대적인 재해와 재난에 의해 새롭게 발명된 죽음, 자살의 배후에 존재하는 강한 사회적 압력, 죽음이 반드시 슬퍼하고 애도해야 하는 현상은 아니라는 사실 등을 만나게 된다.



제2부 ‘죽음의 인문학’은 현대적인 죽음과 전통적인 죽음에 대해 다양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죽음이 사라진 현대 사회의 적나라한 자화상, 삶 속으로 죽음을 부러 대화하는 무속의 모습, 죽음 이후에 대한 인도인의 상상력, 티베트의 죽음관에 미친 자연적·문화적 영향들, 불교적인 좋은 죽음의 문제, 기독교의 죽음 이해 등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개념을 통해서 세계를 본다. 우리가 들으며 성장하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의 죽음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따라서 현재 우리에게 죽음이 엄청난 무게를 지닌 문제라면, 우리의 죽음 개념과 생명 개념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가끔씩 우리는 개념이 만든 ‘죽음의 환영’에 갇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죽음 개념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생명 개념도 마찬가지다. 문화마다 역사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생명 개념과 죽음 개념을 지니고 있다. 인간이 만나는 죽음의 모습은 삶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하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 서로 다른 죽음을 죽었다는 사실을 통해, 현대인을 옥죄는 ‘하나의 아프고 슬프고 두려운 죽음’의 문제를 재성찰할 필요가 있다.



인문학은 기본적으로 차이의 발견을 지향한다. ‘죽음의 인문학’은 단일한  죽음 개념의 울안에 갇힌 미세한 차이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죽음의 가능성, 다른 죽음의 발견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얼마든지 서로 다르게 죽는다. 『생과 사의 인문학』은 이러한 무수한 ‘다른 죽음들’ 가운데 그 일부를 이야기하고 있다. 향후 한림대 생사학연구소는 타나토스 총서를 통해 그러한 ‘다른 죽음’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확대하는 작업을 펼쳐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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