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종교 정책 변화의 특징

3 years ago by in 개벽과 뉴스

* 이 글은 개벽신문 42호(2015년 4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북한 종교 정책 변화의 특징


 


윤법달|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북한의 종교 정책은 시대적인 변천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변화와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일별하면, 해방 직후의 혼돈상황에서 전개된 통일전선적 접근과 북한 정권의 수립에 따른 종교지형의 변화, 6·25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의 혼돈과 북한 사회주의체제 확립에 따른 이념적 공세, 그리고 인간중심 철학의 대두 이후 변화하는 북한 종교 단체의 위상과 합법화, 국제적 연대활동의 강화와 남북 종교 교류 확대 등으로 집약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종교 정책은 공산화와 더불어 전개된 민주개혁 조치와 계급정책의 기조 위에서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통일전선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었으나, 1970년대 이후 계급론적 제약을 벗어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앞세워 새로운 존재양식을 모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종교관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법적 제도적 합법화를 통해 입증되었다. 북한 종교 정책의 이러한 변화 양상은 여타 사회주의 국가인 구 소련이나 동유럽, 그리고 중국의 경우와도 다른 독특한 특성을 보여준다. 특히 이를 중국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중국은 사회주의적 종교관을 뚜렷이 앞세우면서도 일정한 기준을 세워 종교를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북한의 경우에는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뚜렷한 기준이 없이 통일전선형 종교 단체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종교에 대한 전면적 통제를 가하고 있으며, 북한의 종교지도자들은 지배구조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와 같은 사실은 북한의 종교 정책이 북한 사회 내부의 종교지형 변화를 염두에 두기보다 통일 문제 등 대외적인 의미 표출과 정책적 목표 추구에 동원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낼 위험이 있으며, 실제로 북한 종교의 존재양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에는 이러한 진단과 평가에 비중을 두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북한 종교의 대외 개방과 남북 종교인들 간의 직접적인 교류와 연대는 북한 정권의 실용주의적 접근 태도를 가속화하여 결과적으로 북한 사회 전반에 퍼져있던 반종교적 분위기를 이완시키고, 북한 종교인과 종교 단체의 사회적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음이 분명하다. 더구나 90년대 후반 이후 남한과 해외의 종교인들 방북이 계속 이어지고, 특히 남한 종교계의 대북 지원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등 가시적인 변화가 확대되면서 북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파급효과가 커짐에 따라 북한의 종교 정책 역시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보는 기대도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러한 기대는 북한의 종교가 그 이전과 달리 실체적 의미를 지니게 되고, 이에 따른 대내외적 역할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며, 특히 남북종교교류의 활성화를 통해 정치사회적 의미를 제고시켜 나가면서 남북 간 민간교류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시대적 의미를 함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 종교 정책 변화의 특징을 정리해 보면, 첫째 인간중심 철학 대두 이전에는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 엄격히 계급론적 구분이 적용되었으나 그 이후에는 계급론적 관점을 벗어나 합법적 공간이 부여되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1950년대 말부터 북한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계급투쟁의 성격을 띤 주민 성분 조사와 주민 재등록 사업이 전개되어 종교인에 대해 계급적인 신분 규제가 일반화되었지만, 인간중심 철학의 대두 이후 인민대중 중심주의에 입각하여 이념적 신분 규제의 틀이 사라지고, 종교의 역할 확대를 통한 종교인에 대한 인식 제고가 이루어짐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이 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1992년의 사회주의헌법 개정과 함께 종교의 자유가 구체적인 형태로 명시되었으며, 오히려 김일성대학에서도 종교학과가 인기를 끄는 등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둘째 북한 종교 단체의 존재양식을 놓고 보면, 인간중심 철학 대두 이전 시기에는 사회주의화의 진전에 따라 그 입지가 위축되면서 통일전선형 종교 단체조차도 단순한 생존 차원에 머무는 생존모형에 국한되었으나, 인간중심 철학 대두 이후 시기에는 점차 그 사회적 역할의 확대를 가져오면서 국제적 연대활동의 강화 및 남북 종교 교류의 활성화 등으로 새로운 형태의 발전모형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 관계와의 관련성 측면에서 본다면, 인간중심 철학 이전에는 대남전략 차원의 공세적인 통일전선적 접근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반면에 인간중심 철학 대두 이후에는 민족적 화해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수세적인 형태의 통일전선적 접근 형태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북한이 인간중심철학의 대두로 인해 주체사상의 이념적 지평을 넓혀 보다 자유롭고 탄력적인 적응이 가능한 단계로 나아가고 있으며, 북한의 종교 정책 역시 이러한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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