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한울입니다!” – 경주에서 ‘천도교 어린이운동’을 되살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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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개벽신문 41호(2015년 3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어린이는 한울입니다!”



– 경주에서


 


‘천도교 어린이운동’을 되살리며


 


최경미| 한울연대 사무처장


 


동학 성지 경주에 어린이 운동의 선구자 방정환 선생의 이름을 딴 ‘방정환한울어린이집’(경주시 현곡면 가정리 65번지 1층)이 지난 2014년 9월 개원했다. 용담정에서 멀지 않은 이곳에서 동학의 중심사상인 ‘사람이 한울’이라는 인내천 정신에 바탕하여 ‘어린이를 한울’로 모시고, 생명공동체 교육과 숲 생태를 기반으로 하는 삶을 실천해 가는 중이다.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이 만들어지기까지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은 천도교 한울연대가 2013년 동계수련회를 통해 제기한 교육문제를 2014년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추진위원회 구성하였다. 공부모임을 통해 어린이집 설립방향을 잡고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서 추진해가면서 성공적인 어린이집 설립을 위하여 ‘21일 새벽기도’를 시작했다. 7차에 걸친 새벽기도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24일부터는 ‘49일 새벽기도’로 확대하여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힘을 기도 속에서 찾아가는 중이다.
우선 교육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생태어린이집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생태건축을 하고 있는 좋은 목수님을 만나면서 공간 구성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예산확보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의 취지와 목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 뜻에 동참할 사람을 찾아 나갔다. 어린이집을 개원하기까지 예산 1억을 만드는 과정에서 130여 명의 후원자가 생겨나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현관문을 열면 제일 처음 한 벽면에서 천정으로 이어지는 나무와 가지를 볼 수 있다. 그 가지마다 매달린 동그란 나무토막에 후원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의 기운과 정성이 결집되어 만들어진 어린이집이기에 그 기운이 내내 아이들을 지켜줄 것이다. 그리고 운영을 하다보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힘이 될 것이다.


 


 


너른 자연 속에서 어린이 스스로 배우는 프로그램



마당에는 아이들이 맘껏 흙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흙을 깔았다. 그리고 커다란 흙 동산과 동굴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그 동굴 속을 드나들면 놀이를 한다. 흙 동산의 흙으로 두꺼비집도 만들고 밥과 반찬을 해서 소꿉살림도 한다. 흙 동산 곁에 있는 커다란 바위는 평상이 되고 그 주변으로 나무 의자를 박아두었다. 나무울타리 위에는 작은 풀꽃들을 심을 수 있는 좁고 긴 화단을 만들었다. 봄이 되면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줄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마당 한 쪽에 닭장도 생긴다. 마을 어른이 닭을 두 마리 분양해 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꼬꼬닭과 이야기를 나누고 먹이를 주면서 함께 커 갈 것이다. 건물 벽 오른쪽으로는 텃밭이 있다. 마을 어른이 경작하는 밭인데, 따뜻한 봄이 오면 그 텃밭에 작물들을 심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인제 아이들은 작은 농부가 될 것이다.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을 처음 구상할 때 숲 생태어린이집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자료를 모으면서 우리는 실내에서 뭔가를 가르치기보다 매일 나들이를 하면서 자연 속에서 스스로 배우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매일 나들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한다. 어린이집 근처에는 야산이 있고, 용담정, 저수지, 들판, 과수원, 계곡 등이 있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나들이를 간다. 겨울 들판에서 논둑을 걸으면 몸의 균형을 잡고, 가을걷이를 하고 남겨진 고구마를 발견하고 환호성을 지른다. 고구마를 캐다 만난 튼실한 지렁이와 한참동안 친구가 되기도 한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3살 아이도 아주 씩씩하게 모험을 즐긴다. 오히려 5살 언니보다 더 두려움 없이 엎어지고  미끌어지면서 비탈길을 오르고, 차가운 물에 장화신은 발이 빠지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탐험을 한다. 이미 아이들 속에 세상을 살아갈 모든 정보가 내재되어있음을 확인하고 감동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자연으로 자라고 있다.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의 특징을 하나 더 보탠다면 할머니 선생님 혹은 방울들(자원활동가)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나들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선생님도 할머니 선생님이시다. 어릴 때 산과 들에서 놀았던 경험을 되살려 내며 아이들을 그 놀이의 세계로 안내한다. 연륜과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내어 부모에게서 모자란 그 2%를 채워주면서 자연스레 3세대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머리가 하얀 할머니 선생님을 따라 마을길을 나서면 동네 사람들이 먼저 알아본다. 아이들 웃음과 조잘거리는 목소리가 동네 어른들에게 기운을 돋운다.



생태어린이집을 만든다고 할 때 사람들이 물었다. 어떤 프로그램이 있냐고. 그 물음에 답을 하자면 방정환한울어린이집에는 프로그램이 없는 프로그램이 있다. 매일 나들이를 하고 마당에서 놀고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모습들을 프로그램이라는 틀 속에 넣기에는 너무 제한적이다. 날마다 새로운 그 공간들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험들이 우리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의 차별화는 교사에게 있다. 그 환경을 볼 수 있는 생태적 식견과 자연환경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선생님, 아이들은 본래 영성적 존재로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진 선생님이 필요하다. 이것이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찰해야 할 지점이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야 할 중심 과제이다.



여전히 만들어가야 할 것들이 많다. 그래도 더듬어 길을 내는 일을 기꺼이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130여 명의 후원자들의 정성에 힘입어 한 발 한 발 작은 걸음을 나서고 있다. 운영비 문제도 크다. 적은 숫자의 아이들로 필요한 경비를 만들어내기란 앞 뒤 계산이 맞지 않는다. 돈으로 가치를 환산하지 않고 나눔과 협동으로 돈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찾는 중이다. 그 길이 험난해도 시천주(侍天主)하였으니, 맡기고 가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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