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님은 모든 사람과 사물에 존재한다

3 years ago by in 개벽과 뉴스

* 이 글은 개벽신문 40호(2015년 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김성순 (한국포도회 회장)

 

 

수운 최제우 선생이 동학을 창도한 경주의 용담정

 

먼 듯 하나 멀지 않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사람마다 하느님 모셨으니
사람이 하늘이다
내가 바로 우주의 주인이다.
만물이 모두 한 마음 한 기운으로 관통하니
산하대운이 마침내 이 도에 돌아온다.

 

새해 2015년 을미년을 나는 용담정 입구 방정환 어린이집에서 맞이하였다. 한울연대에서 주관한 수련 자정모임에서, 20여명 참가자와 나 자신에게 말했다. “요양원에 가지 않고 여기에서 새해를 맞이하니 한없이 감사하다. 향아설위(向我設位)의 뜻을 이해하는 데 한 5년 결렸다. 우리 조상님들의 걸어가신 삶과 남기신 보배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개벽은 나부터 시작된다. 마이너스는 플러스로, 부채를 자산으로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

배성운님은 청수를 세 국자나 부어주셨고, 돌아와 연수교재를 100부 복사하면서 이 시를 실었다. 어릴 적부터 천자문을 배웠으나 하늘 천(天)의 뜻을 알게 된 것은 50이 넘어서였다 한다.

한 일(一) 자는 하나라는 뜻도 있고, 전부라는 뜻도 있다. 첫째라는 의미도 있고, 끝이라는 의미도 있다. 가장 높은 곳도 일(一)이요. 가장 낮은 곳도 일(一)이다. 한 가운데도 일(一)인걸 깨닫고 나면 색즉시공(色卽是空)과 1=0이란 의미의 그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쓰임에 따라 수백 가지 뜻으로 나타나는 일(一)이 바로 ‘나’이고 ‘너’이고 우리이고 하늘임을 첫 시간에 암각화처럼 내 가슴에 아로새겼다.

 

이어서 해월신사님 영부주문의 해설이 있었다.

 

心者在我之本然天也 天地萬物本來一心
마음이란 것은 내게 있는 본연의 하늘이니 천지만물이 본래 한마음이니라.

 

萬物生生稟此心此氣以後 得其生成 宇宙萬物總貫一氣一心也
만물이 낳고 나는 것은 이 마음과 이 기운을 받은 뒤에라야 그 생성을 얻나니 우주만물이 모두 한 기운과 한 마음으로 꿰뚫어졌느니라.

 

서세동점의 막바지에 이르러 개벽시대 한 사람으로 살리라

나는 이 마지막 구절을 붓으로 써서 거실에 붙여놓았다(이 교재가 필요하신 분은 연락을 주십시오). 지난해 세월호 사건이 우리에게 던진 충격은 한마디로 타성적으로 살지 말고 정신을 차려 나 자신 앞에 그런 사고가 날 수 있음을 생각하라는 것이 아닐까?

“성찰적 근대화 과정에 들어선 국가는 솔직해야 한다. 앞으로 닥칠 재난과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시스템의 역부족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협력을 구하는 거버넌스(통치기구)를 만들어가야 한다. 최근 스위스 정부는 원전사고 위험지대를 반경 20킬로미터에서 50킬로미터로 확장하고, 그 지대에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비상약 요오드화칼륨 정제와 함께 위험지대에 살고 있음을 알리는 통지문을 보냈다고 한다. 사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원전을 계속 안전하다고 우기는 한국과는 참으로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겨레신문 2015.1.14, 울리히 벡 선생)

내가 사는 김천, 추풍령 아래는 공장지대가 아니다. 그런데도 지난 한 해 저녁마다 하늘을 살펴보아도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한 번도 온전히 보지 못하였다. 모든 FTA의 마무리 단계인 듯한 중국과의 FTA가 현실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러나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고 임종을 앞둔 사람처럼,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도 오늘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다 하였으니 서세동점(西勢東漸)이 막바지에 이르러 개벽시대 한 사람 노아처럼 나는 살리라, 다짐한다.

 

대구 반월당에 서서

 

반월은 산머리 빗이요
기울어진 연잎은 수면의 부채로다
연기는 연못가에 버들을 가리우고
등불은 바다 노 갈퀴를 더했더라. (동경대전 밤노래)

 

1864년 3월 10일, 좌도난정죄로 수운 최제우 선생이 참수 당하신 지 150년, 이제야 깨닫는다. 구한말 기울어진 국운을 읊은 이 시가 새롭게 다가온다. 경상감영에서 혹독한 문초 끝에 허벅지 뼈가 부러지고, 그 후 3일간 효수된 관덕정이, 대구 지하철 1, 2호선이 교차하는 반월당이었다.

경산에서 굽이쳐 흐르는 금호강이 동촌을 지나면서 북상하여 다시 불로동 팔달교를 거쳐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곡선이 곧 거북이가 고개를 쳐들고 바다로 뛰어드는 형상이 아닌가. 반월당이 이 거북의 심장에 위치한다.

 

100년 만에 발견된 동학농민군의 두개골이 가슴을 친다

<역사를 직시하는 한일시민 대구교류회>가 지난 해 10월 19일에 대구 국채보상기념관에서 열렸다. 일본의 양심 나카츠카 아키라 선생은 2006년 이후 9번에 걸쳐, 이번에는 40여명을 인솔하고 우리나라를 찾았고, 우리는 진심으로 해원상생을 다짐했다.

2003년 봄, 교보문고에서 구입한 책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 – 일본과 한국 조선의 역사』에서 아키라 선생은 “이웃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확보하려 해도, 그것은 머잖아 나에게로 돌아온다.” 하였고, 지난해에 출판된 『동학농민전쟁과 일본』에서 ‘청일전쟁은 일본군이 저지른 최초의 제노사이드’였음을 1995년 7월 북해도대학 지하실에서 동학괴수라 적힌 두개골이 나오기까지 저자인 자신도 몰랐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예사롭지 않은 것은, 1895년 1월, 3천 명의 일본군의 마지막 소탕작전에서 희생된 농민군의 두개골이 정확히 100년 만에 1995년에 드러난 사실 앞에 전기에 감전된 듯 새삼 가슴이 뜨거워진다.

30만이 희생된 조상님의 영혼이 무심한 후손들에게 ‘이놈들아 정신 차려라!’ 호령하시는 듯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여한 요시까와 하루꼬(吉川春子) 여사는 참의원 4번, 24년 정치경력을 갖고 있는 분으로 이날 정신대기념관 건립성금을 전달하였다. 경북대학교의 류진춘 교수는 월남전에 종군한 과거사를 반성했다. 끝으로 9년에 걸친 동학역사기행에한 번도 빠지지 않고 계속 참여한 유이 스즈애(由井鈴枝,80) 여사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5박 6일, 거의 200만원에 가까운 경비를 들이면서 무슨 생각으로 매년 참가하는가? 전화로 물었더니 한마디로 “갈 때마다 배웁니다.”고 말한다. 그렇다. 이제 가해자와 피해자의 후손을 넘어 이 시대의 어둠을 함께 뚫고 희망을 찾아나가야 한다. 동학사상 그 자체 속에 오늘 우리에게 등불이 될 무엇인가 진리의 광석이 있다면 함께 갈고 닦아 나감으로써 진정한 이해와 협력의 활력소로 삼고 새로운 아시아를 건설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적어 본다.

 

백두대간 이 겨레 혈맥이 흐르는 황악산 기슭
한 그루 나무 곁에 나는 묻히리다. 낙엽처럼
갓난아기 심장의 박동인양
큰 거북이 고개 쳐들고 바다에 뛰어드는 소리
대구 반월당 지하철 지도 앞에서
이 소리를 듣는 자는 행복하다
영원한 생명의 나라
자유로운 한 마리 새가 되고 나비가 되리.

유이 스즈애 여사의 글; 동학의 가르침은 인민 가운데 존엄에 관한 것

 

김선생님!

선생께서 대분투를 거듭해서 안내하신 제8차 동학학습여행에서 돌라온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선생의 원기를 회상하면 바로 며칠 전 만난 것 같습니다. 선생께서 마음을 다해서 준비해 주신 자료를 전부 강독하였습니다. 그중 선생의 시(‘최제우 나무 아래서’, ‘거북의 노래’, ‘아침 노래’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귀중한 자료를 읽으면서 그때마다 선생의 진지한 말씀을 반추하면서 조금씩 동학사상애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이 열의를 가지고 말씀하시지 않았다면 글만으로는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을 겁니다. 전화를 포함해서 선생께서 가르쳐주신 것을 마음 깊이 고맙게 생각합니다. 내가 이 여행에 계속 참가하고 있는 목적이랄까, 소원은 지금껏 전혀 몰랐던 동학농민에 대해서 그 내면 깊이 공감하고 알고 싶은 것입니다. 역사를 살아간(창조해 온) 선인들 속에 있는 살아있는 힘을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노력으로는 동학농민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매번 이 여행의 복습을 하면 동학농민혁명에 대해서 모르는 일에 부딪힙니다. 그것을 배우기 위해서 나의 과제는 동학사상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아주 좋은 여행(견학 등)이었으나 나에게는 과제가 커서 겨우 그 입구에 도달한 느낌입니다.

그나마 내가 겨우 알게 된 것을 적어 봅니다.

 

1. 현재의 우리는 동학농민 등 과거에 살기 위해 싸우다 죽은 이들의 생명과 내 생명이 하나로 겹쳐져 살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과거에 싸우다 쓰러진 분들은 한국에도 일본에도 많이 계십니다.

2. 한울님은 모든 사람과 물건 가운데 존재한다는 동학의 가르침은 인민 가운데 있는 존엄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른 데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존엄을 살릴 수 있다면 세상은 밝아진다고 김선생이 말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진리라고 봅니다. 지금의 일본은 많은 국민의 존엄이 무시되고 어둔 구름이 짙습니다.(희망도 크게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만.) 나는 아이들 속에 있는 존엄을 소중히 하고자 학교에서 엄격하게 일했습니다. 이러한 뜻과 동학의 가르침은 함께 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이번 가을 졸업생들의 집회에서도 이야기하였습니다.

3. 앞으로도 동학에 대해서 배워 가려고 합니다. 김선생 내면의 빛에 접해서 큰 희망과 새로운 의욕을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추워지는 날씨, 건강에 조심하세요.

2013. 11. 20. 유이 스즈애(由井鈴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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