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의 오래된 동네 북정마을을 걷다

2 years ago by in Society

성북동의 오래된 동네 북정마을을 걷다

이종희| <우리가만드는미래> 역사탐방강사

북정마을, 마을은 햇살을 품고 있다

지금은 성북천 상류를 볼 수 없지만, 1970년대 말 시멘트로 물길을 덮어 버리기 전엔 맑은 계곡물이 쌍다리를 지나 마전터를 돌아 삼선교로 흘러갔다. 복숭아, 앵두나무가 많았고, ‘수연산방’에 살았던 이태준의 소설에 따르면 포도나무가 계곡을 따라 유난히도 많았다는 동네다. 지금은 길이 된 성북천을 기준으로 오른쪽엔 고급 주택이 들어서 있고, 성곽 아랫동네는 아직도 연탄 때는 집이 오밀조밀한 북정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은 북정마을로 간다.

마을 아래에 만해 한용운이 살던 심우장이 있어 더 유명한 동네. 하지만 오늘은 마을버스 03번이 다니는 길로 걸어서 올라간다. 벗들과.

마을 안내판까지 오르막길도 새근하다. 해바라기 뜰에 오리 나들이 벽화가 마을을 기분 좋게 안내한다. 샛길 골목의 가파른 계단도 북정마을 도착을 실감나게 한다.

 

무엇보다 우리를 즐겁게 맞이한 건 따사로운 햇살이었다. 북쪽을 바라보는 마을이 맞단 말인가? 하늘과 가까운 마을이어서인가? 마을이 온통 햇살을 머금고 있다. 남향집을 찾을 필요가 없는 동네다. 아파트는커녕 연립조차 드문 동네. 낮은 지붕과 파랑, 빨강 철대문과 샷시 대문이 대부분인 집들, 담장에 방 창문이 예사인 작은 집들. 그래서 하늘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나 보다.

심우장에서 북정마을 안내판

심우장에서 북정마을로 가는 안내 표지판

벽화 있는 집

해바라기와 오리 벽화 그림이 예쁜 집

골목 중앙3

마을 들머리의 골목 풍경

북정마을 안내도

북정마을 안내도

북정마을 위치

북정마을 위치

모정

마을 들머리의 모정

서울성곽

마을 뒤 성곽길

성곽 내려오는 길 마을 풍경

마을 성곽과 마을 풍경

마을 뒤 서울성곽

마을 뒤 서울성곽

 

 

한양 성곽 아랫동네

마을 모정을 지나 할머니 경로당을 지나간다. 왼쪽으로 성벽이 하늘을 치고 달릴 듯 뻗쳐 있다. 멋지다. 이태준은 ‘성(城)’(《무서록》)이란 수필에서 그의 집에서 바라본 성곽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솟은 성벽은 아침이 첫 화살을 쏘는 과녁으로 성북동의 광명은 이 산상의 옛 성벽으로부터 퍼져 내려오는 것이다. … 성돌 하나하나 사이도 빤히 드러난다. 내 칫솔은 내 이를 닦다가 성돌 틈을 닦다가 하는 착각에 더러 놀란다.

난 이 대목이 매우 맘에 들었다. 성돌과 이의 치환. 코앞의 성돌을 보며 나도 이태준이 되어 본다. 이 마을 분들은 저 성돌과 아예 한몸이겠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북정카페

북정마을 카페. 마을버스 종점에 있다.

공중화장실

북정마을 버스 종점 공중화장실

북정마을 기운 지붕

마을의 시간을 보여주는 지붕들

아담한 모퉁이집

살9갤러리 가는 길의 모퉁이집, 벽화도 깔끔하다.

할머니경로당

할머니들의 쉼터 경로당

골목길4

미로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골목은 걷는 재미가 있다.

 

진짜 마을 사랑방 북정 카페

마을버스 03번 종점의 북정 카페. 사실은 탁자 두 개 놓인 길거리 카페다. 원래 이름은 넙죽이 식당. 3대에 걸쳐 가게를 하고 있는 주인아주머니는 유튜브 ‘오래된 미래, 성북동 북정마을 이야기’에도 등장하는 그 분이다. 시집 와서 북정마을 산 지 41년째.

커피는 가스레인지에 팔팔 끓인 물 부어주는 맥심모카. 막걸리에 해물파전도 있다. 오징어가 듬뿍 들어간 파전은 6,000원. 점심 먹은 걸 아쉬워하며 다음 기회를 예약해 본다.

버스에 내리는 분들은 카페 앞에서 담소를 나눈다. 마을에 두릅이 지천인지 한 아저씨가 양손 가득 따온 두릅을 손질한다. 낮이라 그런지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북정, 흐르다’라는 시구대로 ‘천천히 흐르고 싶은 그대’들이 ‘더없이 느긋하고 때 없이 평안’을 누릴 수 있는 마당이었다. 1970년대의 풍경이 정겹게 펼쳐지는 마을 카페는 정말 ‘오래된 미래’였다.

 

정비를 필요로 해

재개발로 갈등을 빚다 보니 마을 한가운데 이렇게 쓰레기가 쌓였다.

성곽 내려오는 길 마을 풍경

집들은 낡았어도 성곽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알록달록 정답다.

연탄 때는 집

마을 종점에도 연탄 창고가 있고, 이 집처럼 연탄 창고가 있는 집들이 더러 보인다.

 

재개발사업 반려, 이제 마을의 생채기는 아물까?

아직도 시유지가 많은 이 마을도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대상 지역이었다. 북정마을과 신월곡동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고급 한옥과 테라스를 조성한다나? 도통 뭔 소린지…. 이 일대의 사건은 마을사람들 사이에도 깊은 갈등의 생채기를 내고 작년 11월 일단락되었다. 주택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가 반려된 것이다. 발바닥 땀나게 뛴 마을 사람들의 승리다.

마을 사람들의 바람은, 이제 집을 예쁘게 단장하고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사는 것. 저 건너 성북동 부촌 사람들은 이 가난한 동네를 보기 싫다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좁은 마당 평상에서 고기 구워 서로 입에 넣어주며 부자 동네 보며 사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제 마을 한가운데 버려진 쓰레기도 치우고, 재개발을 바라며 외지인이 사들인 빈집들도 정리되어 이 마을에 어울리는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살9 드로잉스페이스

살9드로잉스페이스2

살9 드로잉스페이스는 북정마을의 아주 작은 갤러리다.

 

가난한 예술가들 북정마을을 찾아오다

마을 안내판에서 오른쪽 길로 올라가다 드로잉 스페이스(Drawing Space) ‘살9’를 만났다. 가정집을 개조한 두어 평 갤러리. 옆에는 작업실이 붙어 있다. 마침 ‘오! 분수’란 제목의 설치미술이 전시 중이었다.
이미 북정 미술관과 연극인의 집도 있지만 예술가들이 하나 둘 북정마을에 터를 잡기 시작하고 있었다. 북촌의 번잡함을 떠나 성곽마을로 이사 온 이가 있다더니 예스런 이 마을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노력들인 듯. 이들의 실험이 이 마을과 어떤 조화를 이룰지 기대되고 우려되기도 한다.

골목2

햇살 가득한 골목

씀바귀

시멘트를 뚫고 나온 씀바귀도 정답다.

북정마을 채소밭

성곽 아래에는 마을 텃밭이 잘 갈무리되어 있다.

 

북정마을이 문화다

이 골목 저 골목 느리게 걸어 본다. 아직 연탄을 때는 집도 있다. 북정 카페 앞에 공동 연탄창고도 있지만 겨우내 땔 연탄을 쌓아 놓았을 작은 창고도 눈에 띈다. 마당 없는 집은 화분에 꽃을 키운다. 씀바귀가 시멘트 사이에 생명을 꽃피운다. 작은 마당에 줄줄이 장독들이 반질반질 손질된 집도 있고 갖가지 채소를 키우는 집도 있다. 곱게 갈아 놓은 텃밭엔 무엇이 자랄까? 마당에 걸린 빨래는 야외 미술 작품이다.

지붕 너머 성북동 대사관저들

북정마을 건너편은 외국 대사관과 고급주택단지로 들어서 있다.

 

마을 위 성곽길에서 내려다 본 마을은 낡고 오래된 낮은 지붕으로 넘실댄다. 좁은 골목길은 사람들을 이어주고 있다. 어느 집 지붕 너머로 본 건너편 부촌과는 180도 다른 마을 풍경이 오히려 편안하였다. 아무래도 난 부자로 살 팔자는 아닌가 보다.

북정마을에는 북적북적 메주 쑤는 소리, 어울려 김장하고 밥상을 나누는 정다운 소리가 있다. 여전히 공동체가 살아 있다. 70년대 못살던 모습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이 지점에서 새로운 변화와 대안을 고민한다면, 북정마을은 오래된 미래를 간직한 문화 그 자체가 되지 않을까?
햇살 가득한 북정마을. 살아봐도 좋을 마을이었다.

심우장전경

북정마을의 심우장

심우장 뒤뜰

심우장 뒤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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